"소송도 불사"…대전·충남 통합 첫 발도 떼기 전에 불협화음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13일, 오전 06:10

[대전=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신하영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빠르게 추진 중인 가운데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교육계가 거세게 반발할 뿐만 아니라 충청권 전체의 공조를 다짐했던 충청광역연합이 출범 1년 만에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최민호 세종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등 충청권 4개 시도지사 및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12월 18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충청광역연합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 근무하려고 임용시험 두 번 봐…충남 발령시 소송할 것”

12일 대전시, 충남도, 세종시, 충북도, 지역 교육계 등에 따르면 대전·충남교사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국정 최고 통수권자와 여야 정치권은 지역 현안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졸속 통합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효성 충남교사노조 대변인은 “현재 논의 중인 통합은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교육청과 교육단체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하고 교육을 지방정부의 하위 부속물로 종속시키려는 시도는 명백한 교육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주지나 생활권을 벗어난 인사 발령 등을 우려해서다. 대전에 거주하는 교사가 충남 서해안의 섬 등 벽지로 발령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교사들의 커뮤니티도 가열되고 있다. 전국 유·초·중·고 교사 모임 네이버 카페 ‘교사랑’에 글을 올린 한 교사는 “행정 통합은 민주당의 졸속 추진으로 당연히 어렵다고 봤다”며 “대통령 한마디에 민주당이 하루 만에 찬성하면서 6월 지방선거 때 통합 시장을 선출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 투표 없이도 가능한 사안이라 결국은 통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전시의 한 교사는 “행정 통합 이후 충남으로 발령을 낸다면 소송할 것”이라며 “대전에서 근무하려고 임용 시험을 두 번이나 본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행정 통합시 이를 취소할 방법은 없고 대신 위헌성을 다투는 소송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준석 법무법인 카이 변호사는 “관련 법률에 의해 이뤄진 행정 통합 자체를 소송으로 취소할 수는 없다”며 “해당 법률에 따라 이뤄진 개별 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면서 그 근거 법률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부·중기부·지재처 업무보고에서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범충청권 발전 논의하던 ‘충청광역연합’ 존폐위기

충청권 4개 시·도의 끈끈했던 공조 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충청권 4개 시·도가 참여해 2024년 12월 전국 최초로 만든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출범 초기 행정 통합 없이도 공동 기획과 정책 조정을 통해 광역 단위의 현안문제를 해결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출범 후 1년 1개월 동안의 성과를 놓고는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충청광역연합이 주도해 성공한 사업 자체가 아직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충청광역연합이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각 시·도의 조정·정리에 집중하는 조직 특성도 작용하고 있다.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충청광역연합은 독자적인 재정과 집행 권한이 제한된 기구다. 예산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실제 사업 추진 단계에서는 다시 각 시·도의 판단과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충청광역연합의 예산은 56억원 수준으로 충청권 기초자치단체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점도 구조적 취약점이다.

문제는 충청광역연합이 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세종과 충북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부정적인 시각을 숨기지 않고 있는 점도 앞으로 충청권 공조의 틀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로 손꼽힌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이미 출범한 충청광역연합이라는 초광역 협력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통합이 충청광역연합의 기능과 역할을 약화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연합의 정책 조정력과 실행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청광역연합의 제2대 연합장으로 선임된 최민호 세종시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추진 속도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원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각론 단계에서는 반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통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과 부작용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정치 논리나 정치 일정에 맞춰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며 행정통합의 빠른 추진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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