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허리디스크, 영상보다 중요한 것은 '임상 증상'이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13일, 오전 06:47

김주영 이춘택병원 제1정형외과장
[김주영 이춘택병원 제1정형외과장] 허리 통증이나 다리 저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진단명은 단연 ‘허리디스크’다.

MRI 한 장에 표시된 돌출된 디스크는 환자에게 큰 불안을 안겨주지만, 최근 국내외 척추 관련 학회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영상 소견과 증상의 정도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와 대한척추외과학회, 그리고 북미척추학회(NASS) 등 주요 학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무증상 성인에서도 MRI 상 디스크 돌출 소견이 발견되는 비율은 연령에 따라 30~60%에 이른다. 다시 말해,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다’라는 사실만으로 통증의 원인이나 치료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학회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디스크 질환의 핵심은 신경학적 증상이다.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 감각 저하, 근력 약화처럼 실제 기능 장애가 동반되는지가 치료 전략을 결정한다. 영상 검사는 이를 뒷받침하는 참고 자료일 뿐, 치료의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환자의 증상과 진찰 소견이다.

치료 방향 역시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최근 학회 발표된 장기 추적 연구들에 따르면, 허리디스크 환자의 상당수는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6주에서 3개월 사이 의미 있는 호전을 보였다. 약물치료, 신경차단 주사, 단계적인 재활 운동은 초기 디스크 환자에서 수술과 비교해 장기 예후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도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물론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진행성 근력 저하, 대소변 장애,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명확한 수술 적응증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전체 디스크 환자 중 일부에 해당하며, 대부분의 환자에게는 지켜보며 치료하는 전략이 우선 권고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디스크 질환을 ‘사건’이 아닌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디스크 탈출은 단기간의 손상이라기보다, 장시간의 잘못된 자세와 반복된 부하가 누적된 결과라는 점이다. 따라서 치료의 완성은 통증 완화가 아니라, 코어 근육 강화와 자세 교정을 포함한 재발 방지 전략까지 포함해야 한다.

허리 디스크는 여전히 두려운 병명으로 인식되지만, 의학적 시선은 이미 달라졌다. 영상에 보이는 디스크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실제로 겪는 증상이며, 수술보다 중요한 것은 신경 기능을 보존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디스크 치료의 방향은 분명하다. “빨리 수술하는 것보다, 정확히 평가하고 단계적으로 치료하라” 이 원칙이 지켜질 때, 허리디스크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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