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가 원하지만 16%에 불과한 '집에서의 죽음'[상속의 신]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18일, 오전 09:12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늙어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통계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병원 사망률은 약 70%에 이르며, OECD 평균인 49.1%를 크게 웃돈다. 북유럽 선진국인 네덜란드가 23%, 노르웨이가 27%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인의 죽음이 유난히 병원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의 죽음은 집에서 이루어졌다. 가족들이 곁을 지키고, 지인들이 상갓집을 찾아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한 사람의 삶이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집 앞에 빨간 등이 켜져 있고, 상주를 위로한답시고 밤새 같이 있었다. 그 당시 임종과 장례는 일상의 연장이었고, 공동체의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실제로 자신이 살던 집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16%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부분 노인은 병원이 아니더라도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문제는 이것이 노인들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90% 이상은 ‘집에서 임종하기’를 희망한다. 가족에게 둘러싸여 작별 인사를 하고, 평생 살아온 공간에서 삶을 정리한 뒤 떠나고 싶어 한다. 천상병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소풍을 끝내듯’ 생을 마치고 싶지만, 현실의 제도와 관행은 그러한 바람도 허락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사망 후 관련 제도가 집에서의 죽음을 지나치게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집에는 의사나 간호사가 상주하지 않고 그들이 방문하지도 않는다. 방문진료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들은 임종의 순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사망이 임박하면 불안한 마음에 119를 부르고, 결국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되는 일이 반복된다. 설령 집에서 사망하더라도 그 이후의 절차는 복잡하다. 경찰과 119 구급대가 출동해 범죄 여부를 확인하고, 검시의의 사망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절차 없이 장례식을 치를 수 없다. 반면 병원에서는 의사가 즉시 사망진단서를 발급하고, 곧바로 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길 수 있다. 유족 입장에서는 제도적으로 ‘병원에서 죽도록 하는 것이 편한’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에서의 임종이 과연 인간적인 죽음일까. 중환자실에 들어서는 순간, 삶의 마지막은 의료기기와 경고음의 혼란속에 놓인다. 가족의 면회는 제한되어 잠시 밖에 보지 못하고, 마지막 눈맞춤과 작별 인사도 종종 허락되지 않는다. 연명치료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는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죽음의 순간마저 무의미한 의료행위로 대체한다. 이는 존엄한 죽음이라기보다, 죽음을 미루는 것이고, 말도 안 되는 슬픈 과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우리의 임종 문화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싶다. 병원에서의 임종을 당연시할 것이 아니라, 당장 집에서 임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영국은 정부 주도의 재택의료 정책을 통해 10년간 병원 사망률을 30% 이상 낮췄고, 일본 역시 재택 의료서비스와 가정형 호스피스를 확충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 역시 장기요양 대상자 누구나 방문진료와 방문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재택의료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지역 재택의료센터를 중심으로 노인 주치의 제도와 가정형 호스피스를 정착시키고, 재택 임종에 필요한 간병비 지원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제 국가는 ‘어디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존엄한 삶의 마무리는 개인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적 과제다. 평생을 살아온 집에서, 가족의 손을 잡고 조용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가장 인간적인 죽음일 것이다. 우리가 죽을 곳은 병원의 침대가 아니라, 가족들의 기억과 사랑이 남아 있는 집이어야 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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