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현장에선 업무난을, 사건 당사자들은 처리 지연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의 역할 변화에 따른 인력 충원과 함께 수사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경찰 (사진=연합뉴스)
1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연초부터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혹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비롯해 3대 특검에서 인계된 사건을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는 등 대형 사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쿠팡 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태스크포스(TF) 팀도 인력을 확대했다. 이들 사건에 투입된 수사 인력만 100명을 훌쩍 넘는다.
검찰 수사권 폐지를 앞두고 경찰의 수사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전환점이라는 판단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밀려드는 중대 사건 여파에 민생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업무 부담이 쌓이고 있단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일선서 수사과장은 “현장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차지하는 몫이 크니까 최근에 파견이 나간 곳에선 힘들어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파견으로 빠진 공백은 남은 인력들이 업무를 나눠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장도 “기존 직원들끼리 업무를 분담하면서 치안 현장이나 민생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체 수사 인력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특별수사팀 등에 파견되는 인력의 비중은 미미하다. 하지만 파견 인력 상당수가 수사력을 인정받은 이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장 공백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위 ‘에이스’들이 빠진 상황에서 통상 지방청 등에서 담당하던 사건들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일선 경찰서로 이관되는 경우 업무 과중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흥신소인가”…수사 기피 현상, 부담 가중 심화
일선 경찰서의 업무가 더해지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도 있다. 서울 서남권의 한 수사과 소속 경찰은 “일반적으로 1명당 20건 안팎의 사건을 들고 있으면 할 만하다고 평가하는데 중요 사건까지 더해지면 인당 30~40건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수사 하나도 충실히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격무 부서로 소문이 난 만큼 지원자도 없어 인력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갈수록 수사해야 할 사건 양상은 복잡해지는 반려 제도 폐지 이후로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는 평가다. 지난 2023년 반려 제도 폐지로 고소·고발장이 접수되면 경찰은 사건을 일단 접수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서울 강남권 한 수사과 소속 경찰은 “갈수록 사건이 복잡해지고 카카오톡 메시지나 녹취 일상화로 수사관들이 들여야 하는 품은 늘어나고 있다”며 “경찰이 모든 사건을 동일하게 보호하긴 어려운데 모든 사건을 접수하게 된 이후로는 흥신소가 된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예전에는 사건을 접수하면 한 달 이내 피의자 조사가 진행됐다면 이제는 통상 2~3개월은 걸린다”며 “결국 인력 증원이 필요하고, 사건이 안 되는 건 반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인력 증원뿐 아니라 수사 업무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만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기동대와 기동순찰대 인력을 줄이고 수사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1300여명을 충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 출범 이후로 수사 부서에 1900여명을 보강해 경찰의 수사 전문성과 공정성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 지원 인공지능(AI) 서비스 같은 첨단 기술도 보다 고도화해서 현장 수사의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