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판 도가니’ 색동원 성폭력 사건…“시설 폐쇄하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19일, 오후 04:41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강화도의 한 중증장애인 시설에 입소했던 여성 장애인들이 시설장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진술이 공개된 가운데 시민단체가 해당 시설의 폐쇄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025년 10월16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색동원 운영자 A씨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 = 공대위 제공)
◇“강화군, 처분 미루고 수수방관”

장애인단체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9일 성명을 통해 “언론 보도에 의하면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은 장애인 보호의 공간이 아니라 성폭력의 도가니였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 장애인 거주인 전원이 성폭력 피해자였다”며 “시설장은 흉기까지 동원해 이들을 협박하는 인면수심의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번 사건은 시설이라는 폐쇄적 구조에서 저항하기 어려운 거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권력형 범죄이자 관리감독이 작동하지 않은 제도적 학대의 결과”라며 “여성 거주인 전원이 고통받는 동안 색동원 직원들은 철저히 침묵하고 방조했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사건 발생 이후 행정기관은 비겁한 민낯을 보였다”며 “대학 연구팀의 심층조사 보고서를 받아 사태를 인지한 강화군은 행정처분을 미루고 수수방관했다”고 비판했다. 또 “강화군은 상위기관인 인천시와 보건복지부에 보고조차 누락한 채 조사결과를 비공개하며 사건 은폐에 가담했다”고 덧붙였다.

공대위는 “인천시와 강화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미루고 있으나 사법적 판단과 행정적 책임은 다르다”며 “행정기관은 심층조사 보고서를 통해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했으니 즉각 장애인시설 색동원을 폐쇄하고 사회복지법인 색동원의 설립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색동원 거주인 전원에 대해 자립 지원과 피해 회복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강화군은 “경찰에서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이 확인돼 색동원측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면 즉시 해당 시설에 대한 폐쇄조치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여성 잔류자 4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색동원측이 운영하는 자립체험홈으로 분리 조치했는데 조속히 타 지역시설로 전원 조치하겠다”며 “남성 장애인 16명은 즉시 심층조사를 하고 학대 정황이 확인되면 신고와 전원 조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지난해 4월부터 수사 중

서울경찰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 강간,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강화군 사회복지법인 색동원 대표 겸 색동원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운영자 A씨(60대·남)를 불구속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색동원 입소 여성 장애인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소 장애여성들의 연령은 30대 이상이다.

경찰은 지난해 4월 A씨에 대한 범죄첩보를 수집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고 같은 해 9월 정식 수사로 전환해 A씨를 입건했다. 시설 색동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성폭력상담소 관계자 등의 의견을 반영해 장애여성 17명 중 13명을 장애인성폭력피해쉼터 등에 입소시켰다. 나머지 4명은 한 달 뒤 색동원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자립체험홈으로 분리 조치했다.

한 언론은 19일 우석대 연구팀이 작성한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을 보도했다. 이 조사에는 입소해 있던 여성 장애인 17명과 퇴소한 2명 등 총 19명이 참여했다. 해당 조사는 강화군이 의뢰한 것으로 지난해 12월1~2일 진행됐고 같은 달 19일 보고서가 제출됐다. 강화군은 해당 보고서를 경찰에만 제출하고 외부에는 비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의사 표현이 가능한 여성 장애인들의 피해 진술과 함께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이들에게는 그림·사진 조사 등 전문 기법을 활용해 밝혀진 피해 상황이 적시됐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40대 장애인 B씨는 “원장님이 성적으로 만지려고 했다. 하지 말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만져줘, 또 하자는 말도 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40대 장애인 C씨도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만졌다”고 했고 50대 장애인 D씨는 “성폭행 당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조사에 참여한 19명 중 14명의 얼굴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피해자들은 범행 장소로 방과 소파, 2층 카페 등을 특정했으며 다른 장애인이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성폭력 사실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경찰 사건)피해 진술 2건 중에 1건은 범행 시점, 가해자 이름과 행위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되지 않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1건은 지난해 2월12일 새벽 내가 장애여성 1명에게 성폭력을 가하려다가 반항하니 유리컵으로 때렸다는 내용인데 당시 나는 지방 출장에 갔을 때”라며 “시설에서는 유리컵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는 “피해자가 13명인 것처럼 보도되는데 시설에서 성폭력 사건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00년 전후 약 10년 동안 광주인화학교에서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에 의해 7세부터 22세까지의 남녀 장애학생들에게 자행된 학대, 성폭행 등은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통해 적나라하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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