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투표로 교장 뽑자" 국교위 제안에…"인기투표냐" 반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19일, 오후 04:44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제시한 교장공모제 개선 방안이 교육계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국교위가 교장공모제에서 교장 임용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직선제나 온라인 투표 방식을 적용하자고 제안하면서다. 교원단체들은 직선제·온라인 투표를 도입하는 경우 교장 선발 과정이 학부모 표를 얻기 위한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사진=뉴시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최근 발간한 ‘공교육 혁신 보고서’에서 교장공모제에 직선제 또는 온라인 투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국교위가 지난해 9월과 10월에 진행한 ‘공교육 혁신 방안 전문가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취합한 자료다. 국교위는 이 보고서를 참고해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과 공교육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교위는 보고서에서 교장공모제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모든 교원과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방식을 고민하되 직선제와 온라인 투표·온라인 생중계 방식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교장공모제는 교장 임용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투표 방식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2012년부터 법제화된 교장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을 보유했거나 초·중·고교에서 교육 경력이 15년 이상인 교육공무원 또는 사립학교 교원 중 공모를 받아 교장을 임용하는 제도다. 승진 위주의 교직 문화를 개선하고 학교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존의 승진방식 외에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학교 운영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교장공모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 학교는 공모를 거쳐 교장을 임용할 수 있다. 이때 학교는 교장 후보자에 대한 심사를 담당하는 교장공모심사위원회를 설치한다. 심사위원회는 △학교 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해당 학교 학부모 △교직원 전체회의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한 해당 학교 교원 △해당 학교 졸업생이거나 교육 관련 전문가, 학교 운영에 이바지하려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그간 교장 후보자들에 대한 심사 과정에서 공정성·투명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공모심사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특정 성향의 인사 위주로 편향되거나 교장 공모에 지원한 후보가 공모심사위원과 부적절하게 접촉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다.

국교위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교장공모제의 직선제 또는 온라인 투표 도입 제안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국교위 제안이 현실화할 경우 교장공모제가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장 후보자들이 유권자인 학부모들의 표를 얻기 위해 학부모 입맛에 맞는 공약을 앞세우게 된다는 것이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교장이 오히려 교권 보호를 후순위로 미룰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희 대한초등교사협회장은 “지금도 학교 관리자들은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학생·학부모가 추가로 민원을 넣지는 않을지 눈치를 보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가 교장 임용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권자가 된다면 이런 눈치보기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도 “교장공모제에 직선제나 온라인 투표를 적용하면 교육에 대한 비전이나 철학 검증은 약해지고 인기투표로 변질될 수 있다”고 했다.

교육계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학교 행정 업무를 경험한 경우에만 교장 후보로 지원할 수 있도록 일정한 기준을 두자고 제언했다.

김 협회장은 “교무부장이나 연구부장, 학생부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아 학교 행정 업무를 총괄해본 경험이 있다면 교사와 학생·학부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학교를 이끌어갈 역량이 있을 것”이라며 “일정한 자격 요건을 두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도 “교장공모제에 직선제를 도입한다면 교육 행정 관련 학위를 갖췄는지도 자격 요건에 넣을 필요가 있다”며 “보완방안 없이 직선제·온라인 투표를 적용하면 역량이 부족한 인물이 교장이 돼 학교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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