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피싱 자금세탁' MZ 조직, 신축 아파트 노려 '둥지'(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1일, 오후 07:02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아파트를 자금세탁 사무실로 개조해 약 1조 5000억원의 범죄 피해금을 세탁한 일당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조직의 두목 등 나머지 조직원도 추적해 구속기소 하겠다는 방침이다.

자금 세탁 조직이 운영했던 사무실. 아파트를 개조해 만들었고, 외부 노출을 피하기 위해 암막 커튼 등을 설치했다.(사진=서울동부지검 합수부 제공)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김보성 부장검사, 합수부)는 21일 범죄단체 가입·활동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자금세탁 조직 두목과 조직원 등 13명을 입건하고 이 중 총괄관리책 등 7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부는 아직 검거하지 못한 두목 A(40)씨와 조직원 5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현재 신병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 조직은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180개의 대포통장을 이용해 수차례 송금을 반복하며 1조 5750억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이 조직은 기업형 범죄조직으로 △두목 △총괄 관리책 △중간 관리책 △전문장집(대포통장 모집책) △조직원 모집책 △자금 세탁책으로 구성됐다. 두목과 조직원들은 모두 20~40대 MZ세대였다.

이들은 전북 전주시와 수도권, 서울 일대 신축 아파트 7곳을 임차해 이를 사무실 겸 숙소로 개조하고, ‘24시간 자금세탁 센터’로 운영했다. 창문 전체에 암막 커튼과 먹지 등을 설치해 외부 노출을 전면 차단했다. 신축 아파트를 선택한 이유는 이웃 간 유대가 적어 범행이 발각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6개월마다 사무실을 옮겼다. 조직원 이탈 등 특이 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범행에 사용된 대포통장 등을 파기하고 거점을 옮겼다.

합수부가 자금세탁 조직 두목 A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명품 의류와 귀금속.(사진=서울동부지검 합수부 제공)
조직원들은 수시로 대포폰을 교체했다. 수사기관에 적발될 것을 대비해 구체적 대응 방법이 적힌 이른바 ‘대본’도 준비했다. 대포통장 명의 대여자가 수사기관에 적발되면 벌금을 대납해 수사가 조직까지 확대되는 것을 차단했다.

이들의 범행은 자금세탁을 의뢰했던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보로 합수부가 직접수사에 착수하며 발각됐다. 수사 과정에서 하위 조직원이 구속되자 변호인을 대신 선임해 조직 차원의 입단속을 시켰고, 텔레그램을 통해 수사 상황을 점검하고 내용을 공유했다.

합수부 조사 결과 두목 A씨와 조직원들은 범죄 수수료를 기반으로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하위 조직원들은 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았고, 두목 A씨는 자금 세탁 수수료 명목으로 총 126억원을 챙겼다. 이 돈은 수입차와 명품 의류 구입에 사용됐다. A씨가 범죄 수익을 부동산, 카지노, 에너지 개발 사업 등에 재투자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합수부는 A씨가 합법적인 사업가로 신분세탁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부는 A씨의 주거지와 은신처를 압수수색하고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명의로 은닉된 재산을 추징보전해 약 30억 원의 범죄 수익을 확보했다. 또 4억원에 달하는 명품 의류 및 귀금속 등을 압수했다. 김보성 부장검사는 “단 한 명의 가담자도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없도록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범죄수익 환수와 피해 회복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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