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로 쓰러진 시장님도 일으킨 ‘님비’...성남·과천은 어떻게 풀었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1일, 오후 07:01

[성남·과천·의왕=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병문안 온 공무원들로부터 왕송호수 자원순환시설 설치계획에 대한 주민 우려와 반발이 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중략)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

김성제 의왕시장이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지난해 12월 14일 급성심근경색으로 한때 심정지까지 갔던 김 시장은 국토교통부의 소각장 설치 계획 발표에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여론을 달래기 위해 병상에서 긴급히 메시지를 냈다.

◇하루 641톤 쓰레기, 공공처리는 이미 한계

올해 1월 1일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경기도내 각 지자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폐기물관리법상 ‘발생지 책임 원칙’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공공소각장 확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피·혐오시설로 인식되는 탓에 대상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현재 경기도내 소각장 확충 계획은 의왕시 사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하루에 4735t으로 이중 641t(13%)을 직매립했다. 하지만 공공소각장 미비로 처리하지 못하는 폐기물들은 민간업체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의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을 풀어내고 타협을 이뤄낸 경기 성남시와 과천시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풀고 대체 소각장 착공 공사가 진행 중인 성남시 상대원동 소각장 모습.(사진=황영민 기자)
◇신설 소각장 중 유일 착공 성남시

성남시는 지난해 8월 중원구 상대원동에 위치한 환경에너지시설(소각장) 인근 주민들과 ‘노후 소각장 대체 건립 공사에 따른 협약’을 체결했다. 소각장을 둘러싼 민관 갈등에 마침표를 찍은 퍼포먼스다. 협약 후 대체 소각장은 2027년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1998년 일일 처리 600톤 규모로 지어진 상대원동 소각장은 시설 노후화와 폐기물 성상 변화 등으로 지난 2020년부터 바로 옆 부지에 500톤 규모 대체소각장 건립이 추진됐다. 소각장 인근 300m 내 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라 간접 영향권에 놓인 주민들은 500여 가구, 1800여 명. 반발은 불보듯 뻔했다.

성남시는 주민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주민들께서도 필요한 시설이라는 것을 다 알고는 있지만, 합당한 보상이 필요한 사황이었다”라며 “매달 주민들과 만나 요구사항들을 검토하고 다시 피드백을 주며 이견을 좁혀 갔다. 민원 중에 해결이 어려운 것들은 주민들과 같이 국토부를 찾아가기까지 하면서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김재성(67) 성남시 환경에너지시설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은 “8년간 시와 다툼을 이어왔는데, 신상진 시장 취임 후 성남시가 주민들 편익에 대한 부분과 새로 짓는 소각장을 어떻게 짓겠다는 등의 대화를 많이 했다”라며 “끊임없는 정보 공유로 발암물질이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덜고 나니 주민들 사이에서도 ‘내가 버린 쓰레기는 내가 치워야 할 거 아니냐’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전했다.

성남시의 경우 1998년 기존 소각장을 건립할 당시 시설 노후화에 대비해 바로 옆에 대체부지를 미리 마련해 놓았던 것도 갈등 해결에 큰 도움이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님비현상 해소 “내용 말고 ‘관계갈등’에 주목해야”

소각장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대화를 통해 님비현상을 푼 과천시의 사례도 있다. 2024년 과천시를 상대로 ‘하수종말처리장 시설입지 결정 고시 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한 광창마을 주민들이 1심 패소 이후 최근 항소를 포기하면서다.

과천시 관계자는 “처음 주민들께서 행정 역량을 벗어난 어려운 요구를 많이 하셨다.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들은 별로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왜 안 되는지 이유를 알려드리고, 경기도와 국토부 등 상위기관을 수차례 방문해 법이나 지침 개정 가능성을 끊임없이 검토하는 모습들을 보여드렸다”고 지난 과정을 설명했다.

문용갑 한국갈등관리·조정연구소 대표는 “기피시설에 대한 민관 갈등에서 주민들이 처음 고려하는 것은 ‘지자체가 얼마나 우리를 존중하느냐’이다”라며 “이걸 전문용어로 ‘관계갈등’이라고 하는데, 보통 지자체들은 법적인 따지는 ‘내용갈등’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표는 이어 “비슷한 갈등 현장에 가서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열이면 열 (지자체에서)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라며 “이런 관계갈등 측면에 집중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님비현상을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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