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5.5.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5·18민주화운동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22일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오후 유 모 씨 등 33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5·18피해자 유족인 유 씨 등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라 1990~1994년 사이 보상금 지급 결정을 받는데 동의하고 보상금 등을 수령했다.
광주민주화보상법 16조 2항은 신청인이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한 때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화해 간주' 조항이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해당 법조문의 화해 간주 조항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까지 금지한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유족은 이에 5·18피해자 유족으로서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했는데, 정부는 보상금 지급을 결정에 동의한 때부터 시작한 3년의 소멸시효가 만료됐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766조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나 가해자를 알게 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정한다.
1심은 유족 측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1명 당 10만 원 상당의 위자료 청구를 인용했다.
1심 재판부는 소멸시효에 대해 "유족에 관한 고유 위자료 채권은 헌재 결정 선고일인 2021년 5월까지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는바, 소송이 그로부터 3년 이내인 2021년 11월 제기된 사실은 명백하므로 위자료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반면 2심은 "유족으로서 보상금 지급을 신청하고 지급 결정에 동의했다고 해 청구권 행사가 제한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위자료 채권은 지급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진행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은 대법관 11인 다수의견으로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이 헌재의 위헌 결정 이전까지 민주화운동 피해 전부에 대해 화해 간주 조항이 적용된다고 본 만큼, 유족들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대법은 "위헌 결정을 통해 민주화보상법과는 무관하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법적으로 선언됨으로써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 행사에 대한 장애사유가 비로소 제거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는 헌재 결정일인 2021년 5월 27일부터 시작돼 같은해 11월 25일 제기된 이 소송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오경미 대법관은 별개의견으로 "가족고유의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는 완성되었으나 정부가 피고로서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태악 대법관은 "5·18피해자 유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서는 충분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재 법리로는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며 "유족에 대한 구제는 입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ausur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