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만명 도전 '국민시험'…인력·예산부족에 운영시스템 '경고음'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6일, 오전 05:06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평생직장은 사라졌지만, 평생 일해야 하는 시대다. 재취업과 전직이 일상이 되면서 ‘국가자격증’이 주목받고 있다. 청년층 스팩관리용이던 국가자격증 시험장에 왜 중장년들이 몰리는지, 어떤 자격증이 실제 일자리와 연결되는지, 국가자격 제도는 지금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3회에 걸쳐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로 풀어본다.[편집자주]

취업난이 심화하고 이직과 전직이 일상이 되면서 국가자격증은 어느새 매년 국민 10명 중 1명이 도전하는 ‘국민시험’이 됐다. 그러나 응시자 급증 이면에서는 자격시험을 떠받치는 관리·운영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자격증 전성시대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험 규모에 걸맞은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매년 400만명 응시 ‘국민시험’…운영 부담 임계점

국가기술자격과 전문자격을 포함해 과정평가, 일학습병행 등 산업인력공단이 관리·운영하는 국가자격시험 접수자는 2024년 기준 443만 4000명에 육박한다. 2022년 429만명 대비 2년새14만 4000명(3.4%) 늘었다. 응시자는 같은 기간 333만1000명에서 343만 2500명으로 10만 1500명(3%) 증가했다.

이처럼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시험 운영을 담당하는 조직의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가기술자격 540개 종목 가운데 488개(90%)의 출제·시행·관리를 맡고 있다. 기술사 연 3회, 기능장 2회, 기사 연 3회, 기능사 연 5회, 상시·수시시험을 포함하면 연간 시험 시행 횟수는 84회에 이른다. 국가기술자격뿐 아니라 국가전문자격, 일학습병행자격까지, 공단은 한정된 인력으로 전체 국가자격시험의 90%를 수행하고 있다.

국가기술자격 관련 예산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증액의 방향은 시험 운영 인력 확충보다는 시스템 보완에 집중됐다. 자격정보시스템과 출제관리시스템 구축 예산은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116억원,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12억원 늘었다.

응시자 편의 개선과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시험 운영의 핵심인 인력과 관리 역량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인색했다.

기술자격 시험 출제·시행·채점·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인력은 2022년 623명에서 2024년 624명으로 단 1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격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매년 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하는 인력 구조는 사실상 제자리인 셈이다.

관리 인프라의 한계는 국민 체감에서 먼저 드러난다. 2024년 공단에 접수된 전화·전자 민원 가운데 국가기술자격 관련 민원은 약 63만건으로, 공단 전체 민원의 94%에 달한다. 민원 내용은 원서 접수 지연, 서버 장애, 시험 일정 조기 마감, 시험장 접근성 문제 등 시험 운영 전반에 걸쳐 있다.

특히 시험장 부족과 접근성 문제는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고질적 과제다. 공단은 외부 시험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역 밀착형 디지털국가자격시험센터(DTC)를 구축·운영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의 제약으로 확장 속도는 더디다. DCT 구축 예산은 2023년에는 15억원, 2024년은 25억원 증액되는데 그쳤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시험위원 구인난…자격시험 ‘품질 리스크’ 우려

시험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출제·채점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공단은 국가자격시험 시행을 위해 시험위원을 위촉하고 있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시험위원 참여를 기피해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수당은 적고 주어진 책임은 커서다. 시험위원 수당은 난이도·전문성·소요시간 등을 감안해 10만~30만원사이로 책정된다.

이로 인해 양질의 시험위원 확보가 어려워, 평가의 전문성과 결과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 현장 수요를 반영해 확대 중인 과정평가형 자격 역시 마찬가지다. 실습 중심 평가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훈련 과정 모니터링과 품질 관리를 담당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지원자가 늘수록 관리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자격 시험 확대가 자격 시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공단은 국가기술자격을 단순한 시험·취득 제도에서 벗어나, 훈련·자격·일자리를 연결하는 인적자원개발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과정평가형 자격 확대, △자격 연계 직업훈련 강화, △AI 기반 자격 서비스 도입 등이 주요 과제다.

전문가들은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험 운영 인프라와 인력·예산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응시자는 폭증하는데 관리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국가자격이 노동시장으로 가는 통로가 아니라 또 하나의 병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혁 배재대 교수는 “국가자격 운영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실효성 없는 자격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지는 않은지 등 종합적인 진단부터 해야 한다”며 “주무 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의 관리 역량이 한계에 부딧쳤다면 인력 충원, 예산 확대같은 후속 조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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