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머니 보호, 후견·신탁으론 한계…공공, 통합 관리 나서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6일, 오전 05:45

[배광열 사단법인온율 변호사] 치매로 자산 관리가 어려운 노인이 급증하면서 이들이 평생 모은 자산 ‘치매머니’ 보호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머니 규모는 17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9% 수준이다. 이는 지속 증가해 2050년에는 GDP의 15.6%인 48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후견인 제도 활성화와 신탁제도 개편 등을 예고했다.

배광열 사단법인온율 변호사.
그러나 치매환자의 자산관리 방식만 개선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치매머니를 노린 범죄 상당수가 가족, 요양시설 종사자, 지인 등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들에 의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이들은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을 교묘히 이용하거나, 외형상 합법처럼 꾸며 범죄 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많다. 치매머니 문제를 단순한 자산 관리 영역으로만 봐서는 안되는 이유다.

치매 환자에 대한 경제적 착취와 돌봄 사각지대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선 초고령사회에 맞는 통합적인 고령자 보호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지방자치단체, 노인복지기관, 법원, 경찰 등 공공기관이 인구구조 변화를 맞춰 대응 체제를 정비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약탈 감지부터 대응, 처벌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일본보다 먼저 고령자 대상 경제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은 범부처 협력 체계를 운영하면서 일반 범죄보다 강한 처벌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고령자가 경제 착취 범죄의 피해를 입으면 회복 가능성이 불가능에 가까운데다 삶의 존엄성까지 위협받는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역시 이런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후견인제도와 신탁제도 정비를 넘어서 각 기관의 현장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치매 환자 보호 체계의 운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배광열 변호사는 법무법인 율촌이 설립한 공익 사단법인 온율 소속 성년후견 전문가로 보건복지부의 발달장애 공공 후견사업에 참여했고 한국치매협회의 치매공공후견인 업무 매뉴얼을 집필했다. 현재 복지부의 정신질환자 공공후견지원 사업과 보호대상아동 공공후견 사업에 참여하는 등 치매머니와 관련한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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