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20%가 전기차…고장수리 하세월에 ‘노심초사’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6일, 오전 06:05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환경보호를 위해 도입한 전기버스의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기버스는 일반 전기차보다 고장이 잦지만 제때 고치기 어려워서다. 버스 업계 관계자들은 승객 안전을 위해서라도 제조사의 사후 관리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버스가 인도로 돌진 뒤 건물에 충돌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장 위험 안고 도로 달리는 노후 전기버스…겨울철 교통안전 적신호

25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 20일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서울특별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5개 운수·버스회사가 소유한 일부 전기버스에 대한 외부정비 업체 안전점검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겨울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최근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로 커진 시민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 16일 서대문구 서대문역사거리에서 전기 시내버스가 인도로 돌진해 운전자를 포함한 13명이 다쳤다.

버스 업계 종사자들은 실제로 겨울철 전기버스의 사고 위험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에서 30년째 시내버스를 몰고 있는 김모(55) 씨는 지난해 1월 아찔한 경험을 했다. 평소처럼 서울 강남구에서 광진구를 향해 달리던 전기버스는 길 위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졌다. 움직이지 않는 운전대를 붙잡고 차가 멈출 때마다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던 그는 결국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차를 불러서 승객들을 옮겨 태울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회사 전기버스 20대 중 절반은 히터를 켜면 배터리 소모가 많아서 시동이 저절로 꺼지는 일이 있었다”며 “전기차는 대부분 배터리가 천장에 있어서 무겁고 잘 미끄러지는데 눈이나 비가 내리는 날 멈추면 방향을 잡기 힘들다”고 전했다.

중랑구에서 5년째 전기버스를 운전하는 이모(57)씨도 “국내산도 중국에서 가져온 부품을 조립한 차는 빗길이나 눈길에 아주 취약하다”며 “리터드(보조 제동장치)를 밟으면 앞으로 미끄러져서 항상 조심한다”고 했다.

잦은 고장은 전기버스의 노후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기버스는 사고 예방을 위해 9년 내에 배터리를 1회 이상 교체해야 한다. 전기버스가 2017년부터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이 연한에 다다른 버스가 속속들이 나올 예정이다. 9년 연한을 채우지 않은 버스도 장거리를 주행하는 특성상 일반 전기버스보다 노후화 속도가 빨라서 정비·보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정비·수리 필요해도 감감무소식…“보급 후 관리체계 재정비해야”

하지만 중요한 정비 인력과 부품 공급망은 구멍이 난 상태다. 당장 정비사나 대체부품이 필요해도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서울의 한 버스회사에서 정비사로 근무하는 차재만(56) 씨는 “전기버스 제조사는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정비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고 직접 정비를 하기 때문에 신속한 수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부품 수급도 쉽지 않다. 중국산 전기버스 부품은 배송이 일주일씩 걸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공장이 없어서 버스 안전관리가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과 대중교통 전동화 촉진 정책에 따라 전기버스는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전기 시내버스는 2018년 29대를 시작으로 보급이 매년 확대돼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총 1979대가 운행되고 있다. 특히 2019년 1.8%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버스 중 전기버스 비중이 2024년에는 22.8%로 늘어나 전기 시내버스 관리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중 국산 차량은 71%(1409대)였고 나머지는 중국에서 생산됐다. 제조사 선정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기준을 통과한 사업체 중 서울시와 서울시내버스운송사업자조합이 찾는 규격에 맞는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서에 배터리나 주요 부품의 보증기간을 명시했지만 문제는 실제 수리시간”이라면서 “(제조사가) 부품을 여유 있게 두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가를 받은 차량이 아니면 운행할 수 없는데 예비차도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서울시는 전기버스 계약 시 △배터리 △모터 등 구동장치 △전자제어부품 △일반부품별로 일정한 차령과 주행 거리마다 보증기간을 지키도록 조건을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수단이 전기버스로 빠르게 바뀌는 만큼 사후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버스는 내연기관차보다 운행 대수가 적어 사고 통계조차 제대로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후 관리서비스와 부품 공급을 이행해야 할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 같은 세부사항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며 “버스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므로 보급만큼 제조사와 판매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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