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사랑 영원히 이곳에"…고려대, 5억원 '영철버거' 장학금 조성

사회

뉴스1,

2026년 1월 27일, 오후 05:04

2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생회관에 '영철버거' 고(故) 이영철 기부자의 기념패가 설치돼 있다. 2026.1.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늦은 밤 지친 학생들에게 건네주신 한 끼 식사는 단순히 음식이 아니고 격려였습니다."

27일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학생회관엔 "고대인의 영원한 친구, 고(故) 이영철 사장님을 기억하며"라고 적힌 기념패가 붙었다.

고 이영철 씨는 20년 가까이 고려대 앞에서 1000원 상당의 수제버거를 팔아 사랑받고 기부의 삶을 실천한 '영철버거'의 사장님이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13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걸린 기념패에는 "영철버거 이영철 사장님은 지난 25년 동안 고대 구성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학생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주셨다"며 "또한 장학금 지원과 지역사회 후원으로 몸소 실천하신 나눔의 정신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고 적혔다.

2000년 고려대 앞에서 리어카 노점으로 장사를 시작했던 고인은 생활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1000원의 가격으로 햄버거를 팔았다.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그는 오랜 기간 이 가격을 고수했고, 학생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씨는 2004년부턴 '영철 장학금'을 만들어 해마다 고려대에 2000만 원씩 기부했다. 학교 축제나 행사 기간에는 무료로 햄버거를 나누기도 했다.

고려대는 고인의 뜻을 기리며 '영철버거 장학금'(가칭)을 신설해 저소득층 학생들의 생활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일반 기부자들의 모금액과 학교 측의 매칭 기금을 1대 1 방식으로 더해 총 5억 원 조성을 목표로, 고인이 실천해 온 나눔의 철학을 지속 가능한 장학 사업으로 계승할 예정이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장학금과 지역사회 나눔을 멈추지 않으셨던 사장님"이라며 "이 기념패는 한 분의 이름을 새기는 자리가 아니라 고려대 전체가 함께할 가치와 정신을 새기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영철버거' 고(故) 이영철 기부자 기념패 제막식에서 김동원 고려대 총장과 고인의 장남 이진호 씨 등 참석자들이 기념패를 제막하고 있다. 2026.1.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유족은 고인의 장례를 위해 학교 측이 지원한 비용도 장학기금으로 환원하며 고인의 뜻을 이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은 "고인은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이 더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허기진 학생들이 한 끼를 든든히 채울 수 있도록 음식을 나눴다"며 "베풂을 받은 이들이 훗날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삶을 살기를 바랐던 고인의 뜻에 따라 이번 장학금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제막식엔 고인을 기리는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자리했다.

백건우 고려대 동아리연합회 인문과학분과장(22·남)은 "영철버거는 과 동기들과도 한두 달에 한 번 이상은 갔던 가게로, 사장님께선 자주 오는 학생들을 다 기억하시고 매번 인사를 건네주셨다"며 "사장님은 이전에도 장학금을 학교에 기부하셨고 학교에 사장님이 세워주신 스터디룸도 있을 정도인데 좀 더 오래 우리 곁에 계셨으면 좋았을 것 같고 그리울 것 같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24학번 김서진 씨(20·여)는 "사장님과 얘기했을 때 되게 정겨우시고 따뜻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가셨단 소식을 듣고 '그런 사랑을 내가 다시 식당에 가서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사장님이 먼저 떠나셨지만 감사패가 있는 한 사장님의 정신과 사랑만은 후배들에게도 계속 상기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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