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뻔한 표현의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지난해 1조원을 넘었다. 관계당국은 자체 홍보 및 언론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피해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그래도 수년간 이어진 피해예방홍보활동으로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어느 정도 고취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나 QR코드 등도 피싱 범죄에 쓰이면서 기술의 발전이 범죄의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통적인 방식의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규모는 1조 3162억원을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AI를 활용한 딥페이크·딥보이스 피싱, QR코드를 활용한 소위 ‘큐싱’(QR코드+피싱) 등 신종 피싱 범죄 피해규모도 1조 593억원으로 집계된 점이다. 신종피싱 범죄피해규모 집계가 지난해 처음 실시한 것을 감안하면 기술의 진화로 피싱 범죄도 진화하는 셈이다.
전통적인 보이스피싱 범죄가 고령층을 대상으로 했다면 신종 피싱범죄는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조차도 무방비로 당하기가 쉽다.
◇딥페이크·딥보이스 정확도 100%도 멀지 않아
기자 초년병 시절 선배나 데스크로부터 기사작성 지시가 내려오면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곳으로 빨리 이동을 해야 했다. 인근에 소위 기자실 등이 없으면 “인터넷 연결되는 곳이 없어 시간이 좀 걸립니다”라는 사전보고를 반드시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서든 인터넷 연결이 안된다는 핑계는 댈 수 없다. 과거에는 인터넷 연결이 안된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조금의 핑계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우스개소리마저 나온다.
신종 피싱범죄 유형을 보면 기술적으로 정교함을 더하고 있다. 사진 한 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수집한 단 몇 초의 목소리 샘플만 있으면 1~2분 내로 범죄에 악용할 수 있는 재료를 손쉽게 만든다. 비록 현재는 딥페이크 영상이나 딥보이스 음성의 정확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AI 기술의 발전속도를 생각하면 범죄의 재료로 활용하는 영상과 음성의 정확도가 100%에 수렴하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21대 국회 때 관련 법안 폐기
모든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범죄발생이 어쩔 수 없다면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실제로 신종 피싱범죄가 고도화하는 가운데 경찰은 지난 2022년부터 다중피해사기를 포함한 비대면·온라인 사기 전반에 일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정을 담은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도공백을 틈타 다중피해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자 경찰은 지난해 7월 ‘다중피해사기 대응 전담반’을 출범하고 ‘다중피해사기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종 피싱범죄를 포함한 다중피해사기 방지법은 지난달에서야 발의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각자 조심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히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이제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 눈앞에 보이는 QR코드, 가족이나 지인의 사진 및 목소리마저 의심해야 하는 세상에 살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