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게티이미지)
학회는 먼저 재판부가 흡연과 폐암·후두암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판결문이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는 개별 환자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대해 “이는 역학과 현대 의학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암과 만성질환은 다요인적·확률적 질병으로 개별 환자 단위에서 100% 인과를 증명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흡연의 발암성이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 미국 보건총감 보고서 등을 통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확정적 인과관계’로 규명돼 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개별 환자에게 직접적 인과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과학적 판단 기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가 흡연 외 다른 위험요인의 존재 가능성을 들어 인과관계를 부정한 데 대해서도 “공동원인 개념에 대한 근본적 오해”라고 반박했다. 복수의 위험요인이 존재하더라도 흡연이 주요하고 독립적인 위험요인이라는 사실은 부정될 수 없으며 특히 폐암과 후두암은 흡연과의 상대위험도가 매우 높은 대표적 질환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학회는 “담배의 중독성과 유해성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이유로 기업 책임을 부정한 것은 국제적 연구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니코틴 중독성 강화 설계와 ‘라이트’, ‘순한 담배’ 등 허위·오인 마케팅 사례가 이미 국제 소송과 내부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연학회는 이번 소송의 본질이 담배회사를 처벌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위험 상품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이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피해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이 국민 건강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와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흡연은 단일 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예방 가능한 사망 원인”이라며 “그 비용을 개인과 사회가 떠안고, 가해 산업이 법적 책임에서 벗어난다면 이는 정의와 형평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상고가 예고된 만큼 대법원이 의과학과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사건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회는 △흡연과 폐암·후두암의 인과관계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다수 인구집단의 건강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법치국가의 원칙이라는 점 △공중보건 영역에서는 형사재판과 다른 인과관계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학회는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면 과학이 아무리 명확해도 유해 산업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담배회사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국민과 흡연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역할을 끝까지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