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벼랑 내몬 사장님…5만원 체불도 ‘쇠고랑’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8일, 오전 11:49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임금체불은 절도다.”

고용노동부가 고의·악의적 임금체불을 중대 민생범죄로 규정하고 강제수사를 원칙으로 대응한 실제 사례들을 공개했다. 고액·상습 체불은 물론 소액 체불까지 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기조가 현장에서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고령의 여성 청소노동자 10명의 임금과 퇴직금 약 8900만원을 체불한 A사업주는 수사를 피하기 위해 호텔과 모텔을 옮겨 다니며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피해 노동자들의 생계는 이미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이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통신영장을 활용해 사업주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했다. 체포영장을 집행해 검거한 뒤 수사를 진행했고, 도주 우려와 추가 체불 정황 등을 이유로 결국 구속됐다. 체불 이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 지급 능력이 있음에도 고의로 체불한 사례도 적발됐다. 여러 음식점을 운영하던 B사업주는 노동자가 임금체불을 이유로 퇴사하면 새로운 노동자를 채용해 같은 방식으로 임금을 주지 않았다. 피해자는 14명, 체불액은 약 3400만원에 달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금융계좌 압수수색을 통해 사업주가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며 계획적으로 체불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근로감독관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당일 곧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신병을 확보했다.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상습 체불 사례도 공개됐다. C사업주는 지적장애인 노동자 등 110명의 임금 약 9억1000만원을 체불했다. 일부 노동자에게는 국가 대지급금 제도를 신청하게 한 뒤, 지급된 돈을 다시 돌려받아 약 6000만원을 부정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북부지청은 금융계좌 압수수색을 통해 사업주가 자금 여력이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업주는 구속됐다.

소액 체불이라고 해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았다. 제조업을 운영하던 D사업주는 일용노동자 임금 잔여액 5만원을 체불한 채 근로감독관의 출석 요구에 반복적으로 불응했다.

창원지청은 통신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사업주의 실거주지에서 체포했다. 체불임금 5만원은 현장에서 즉시 전액 지급됐다. 고용부는 “체불 규모와 무관하게 수사 회피 행위에는 엄정 대응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강경 기조 속에 지난해 임금체불 관련 강제수사는 총 1350건 이뤄졌다. 체포영장은 644건, 통신영장 548건, 압수수색·검증영장 144건, 구속영장은 14건이다. 특히 체불 사실을 부인하거나 거짓 진술로 수사를 방해한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고용부는 체불 사업주의 도주, 재산 은닉, 수사 회피 가능성이 확인되면 복수의 영장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체불로 생계 위기에 놓인 노동자는 대지급금 제도를 통해 신속히 보호하되, 악의적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임금체불은 어떤 경우에도 용인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구속 사례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임금체불후 도피한 사업주 체포영장 집행 장면(사진제공=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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