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권해서…” 초등 5학년도 ‘도박판’ 노출됐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8일, 오후 07:26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청소년 도박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도박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꾸준히 낮아지면서 초등학교 5학년에 이미 도박을 접했다는 학생들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남학생들이 취약했다. 도박을 접한 청소년 10명 가운데 4명은 ‘친구의 권유’가 있었다고 응답해 또래 문화 속에 스며든 도박의 위험성이 심각한 수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 도박 관련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경찰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7주간 서울 지역 학생 3만 477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박을 경험한 적 있다’는 응답은 2.1%로 2024년 진행된 조사결과(1.5%)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주변에서 도박을 목격했다는 응답은 20.9%에 달해 같은 기간(10.1%) 두 배 이상 늘었다. 도박의 확산세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청소년 도박 경험률 및 목격률 추이(사진=이유림 기자)
도박 경험 학생들을 살펴보면 여학생(30.1%)보다 남학생(69.9%)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도박을 처음 시작한 시기에 대해선 ‘초등학교 5학년’이 14.1%로 가장 많았으며 △초등학교 4학년(13.5%) △중학교 2학년(12.3%) 순으로 조사됐다. 전년도 조사에서는 ‘중학교 1학년’ 응답이 가장 많았는데 1년 새 도박 시작 연령이 크게 하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소년들이 도박의 늪에 빠지는 주된 통로는 ‘또래 관계’였다. 도박 유입 계기를 묻는 말에 40.3%가 ‘친구 및 또래 권유’라고 답했다. 이어 지인 권유(21.2%),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스트리밍 광고(18.6%) 순이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도박의 대부분은 ‘온라인 환경’(76.2%)에서 발생했으며, 유형별로는 △e-스포츠·게임 내 배팅(25.3%) △온라인 즉석식·실시간 게임(22.1%) △불법 온라인 카지노(21.2%) △불법 스포츠 토토(7.6%) 순이었다.

자금 마련 방식 역시 대담해지고 있다. 본인 용돈이나 저축을 사용한다는 응답(76.2%)이 가장 많았지만, 부모·가족 계좌 및 카드를 이용(8.7%), 휴대폰 소액결제(4.6%)를 이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응답자 중 일부는 갈취나 사기, 학교폭력 같은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한다고 응답했다. 도박이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형국이다.

도박으로 빚을 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8%였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중고물품 사기나 갈취·폭력, 불법 대부업 이용 같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빚을 갚았다고도 응답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4월까지 ‘청소년 도박 집중예방·관리 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우선 서울시교육청과의 협력을 통해 청소년 도박 예방을 위한 ‘스쿨벨’을 발령했다. 스쿨벨은 신종 청소년 범죄가 발생하면 서울 지역 초·중·고와 학부모 등에게 가정 통신문이나 휴대전화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범죄를 알리는 시스템이다.

또 청소년 도박 관련 첩보 활동을 강화하고, 청소년 도박과 관련한 자금 흐름 차단을 위해 ‘불법계좌 수집 활동’을 적극 추진한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 활동에도 나선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학교전담경찰관(SPO)이 도박 우려가 높은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맞춤형 예방교육을 집중 전개하고, 특히 도박 시작 연령이 하향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을 포함해 예방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놀이가 아닌, 개인과 가정까지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며 “청소년이 도박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도록 불법도박 공급자에 대한 엄정 단속과 함께 청소년에 대한 예방 및 치유활동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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