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어게인" 또 사상 초유…전직 대통령 부부 나란히 실형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8일, 오후 06:32

[이데일리 최오현 성가현 기자]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굳이 값비싼 것을 두르지 않아도 검소하게 품위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28일 오후 2시 10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의 선고기일을 열고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며 ‘검소하지만 초라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의 한자성어를 인용했다. 영부인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도,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실형을 받은 것도 78년 헌정 역사상 최초다. 재판부는 징역 선고와 함께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그라프 목걸이 등 압수품을 몰수하고 샤넬가방 등 확보하지 못한 금품에 대해서는 가액 1281만 5000원 추징도 선고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法 “영부인 지위로 영리추구” 질타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명태균씨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받은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통일교 측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금품울 수수한 알선수재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주가조작 혐의와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영부인이 솔선수범해야 하나 영부인의 지위를 오히려 영리추구 수단으로 오용했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영부인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의 대표”라며 “그에 걸맞은 처신이 필요하고 높은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에 대한 금권 접근은 다반사다. 그렇기 때문에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청탁이 결부된 고가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기 치장에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2차례의 샤넬 가방 수수와 관련해서 각 유죄와 무죄 다른 판단을 내놨다. 2022년 4월께 받은 800만원대 가방 수수 사실은 있지만, 청탁으로 볼 만한 것이 없단 판단이다. 그러나 2022년 7월 수수한 가방은 청탁 실현 알선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김 여사의 통화에서 김 여사가 ‘정부가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다. 김 여사 측이 ‘배달 사고’를 주장한 60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도 청탁 알선 대가 명목으로 받았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본부장도 같은 날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주가조작·무상 여론조사는 무죄

하지만 오랜 기간 김 여사를 괴롭혀 온 도이치모터스(067990) 주가 조작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시세조종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라면서 “김 여사가 미필적으로나마 시세조종 행위를 알았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도 시세조종 세력과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역할분담과 행위, 의사 등을 명확하게 증명해야 한다”며 “김 여사가 구체적인 범행을 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시세조종세력 중 김 여사에게 직접 시세조종에 대해 알려줬다는 진술이 없고, 김 여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료도 없어서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받은 혐의도 무죄가 됐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무상으로 조사 결과를 피고인에게 제공했고 그 대가로 피고인 부부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의심이 가긴 한다”면서도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이익을 피고인 부부가 얻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배포하며 자신의 여론조사 업체 영업활동을 했을 뿐 이란 논리다. 특검팀은 2021년 6월∼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58회에 걸쳐 2억 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들 사이에 묵시적으로 계약이 체결됐거나 명씨가 여론조사와 관련해 김 여사에게 지시를 받은 증거가 없다고 했다. 김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최근 시작된 윤 전 대통령의 같은 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부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한편 특검팀은 선고 직후 “법리적 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해온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 여사에게 총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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