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승소로 국제분쟁 자신감…해외진출 기업 방패 되겠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9일, 오전 06:15

[이데일리 남궁민관 백주아 기자]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이 불거지며 우리 정부에 ‘6조원 청구서’가 날아들자 국가 재정에 중대한 부담이 우려될 수 있다는 국민적 두려움이 컸죠. 정부와 합심해 기나 긴 취소소송 끝에 손해배상액 ‘0원’ 판정을 받은 것은 국제중재 실무상 매우 이례적인 성과입니다. 특히 우리도 국제분쟁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고 ISDS 승소경험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습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을 이끌고 있는 이준기 대표변호사(60·사법연수원 22기)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태평양이 지난해 전부 승소를 이끌어 낸 ‘론스타 사건’의 성과를 이같이 되짚었다.

이 대표는 “국내외 정세의 불확실성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론스타 사건 승소가 갖는 의미를 국내 기업들이 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론스타 소송은 우리 정부가 국제법 원칙을 위배해 론스타를 부당하게 대우해 손해를 봤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 대표는 “론스타는 한국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이 소송은 단순 중재를 넘어 국제금융·규제 등이 복합된 이슈였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세계적으로 규제 격랑이 일며 기업 경영환경이 말도 못할 정도로 격변하고 있다”며 “앞으로 복합 위기 대응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이 대표는 “론스타 사건은 생소했던 ISDS에 익숙해지면서 해외에 나가는 우리 기업들이 역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는 등 국제분쟁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최근 해외에서 ISDS를 준비 중이라고 전한 그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시점에서 태평양이 ‘국가대표 로펌(법무법인)’으로 이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이준기 대표변호사.(사진=김태형 기자)
◇론스타 ‘6조 청구서’ 백지화까지…“복합 위기 대응 주효”

론스타 사건은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 3834억원에 인수한 뒤 2007년 HSBC와 계약을 체결했으나 금융위원회 승인 지연으로 2008년 9월 매각이 불발됐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3조 9157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HSBC 매각예정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해야 했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46억 7950만달러(한화 약 6조 1000억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ISDS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ISDS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국가의 행위를 국내법이 아니라 국제법의 눈으로 판단한다는 점”이라며 “그래서 ISDS는 단순한 소송이 아니라 국내법의 사실관계를 국제법의 언어로 다시 번역해 설득하는 작업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행정·금융·규제 시스템을 정밀하게 이해하는 역량과 이를 국제중재 재판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논리로 구성하는 국제법적 전문성이 동시에 필요한 일이었다.

장기간 이어진 중재도 난관이었다. 이 대표는 “ISDS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정권과 정책, 담당자가 계속 바뀐다는 점”이라며 “‘우리의 논리가 중재판정부의 눈으로도 설득력이 있는가’라는 기준에 맞춰 과거 정부가 취해온 입장과 논리적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했다. 사람과 환경이 바뀌어도 사건을 바라보는 프레임과 논리는 바뀌지 않게 하는 것이 장기 ISDS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중재·금융·조세·통상·국내외 규제 등 여러 영역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결합하는 복합 위기 대응 전략은 주효했다.

이 대표는 “2022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로 배상금 2억 1650만달러와 이자 비용(약 4000억원)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11월 이조차 낼 필요 없다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며 “국제중재 실무상 이례적인 사례다. 복합 위기 대응 능력이 제대로 발휘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이준기 대표변호사.(사진=김태형 기자)
◇전례없는 ISDS 승소 드라마 쓴 태평양…전세계 곳곳 창·방패 역할

이 대표는 “오늘날 기업의 위험은 통상, 금융, 과학기술, 노동, 안보 등 정부 정책과 국제 질서가 동시에 움직이는 지점에서 훨씬 먼저 나타난다”며 “국내 기업들의 주요 투자처인 미국의 경우 트럼프 집권 이후 자국 기업 보호 기류가 노골적으로 심해지고 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복합 위기 대응력을 갖춘 로펌들을 전략적 파트너이자 브레인으로 삼아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평양은 세계 곳곳 진출한 국내 유수의 기업들에 발생한 국제분쟁에서 이미 ‘창과 방패’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아일리아의 미국 내 특허소송 사건과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공장 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LG디스플레이 관련 이 대표는 “이 거래는 단순한 공장 매각이 아니라, 정치·외환·규제·인허가·기업결합 심사 등 여러 리스크가 동시에 작동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정리하면서도 자산의 가치를 온전히 회수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험대였다”며 “핵심은 계약 체결 자체가 아니라 안전한 종결과 가치 회수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었고 태평양이 축적해 온 역량이 십분 발휘된 사례였다”고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번 론스타 사건의 결과로 이같은 태평양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봤다. 그는 “론스타 사건으로 ISDS는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국제법의 틀 안에서 충분히 관리하고 방어할 수 있는 리스크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해외에서 부당한 처우를 당한 국내 기업들이 ISDS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영국 기업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자국 로펌을 끼고 법적 보호를 받는다. 국내 기업, 우리 정부의 믿을 수 있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 국내 로펌의 역할인 이유”라며 “태평양은 기업과 국가가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파트너, 다시 말해 ‘복합 위기 시대의 국가대표 로펌’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1966년 서울 △서울대 법학과 △미국 콜럼비아대 로스쿨(LL.M.) △제 32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2기) △국방부 조달본부 외자계약 책임 법무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스캐든 압스(Skadden Arps) 뉴욕사무소 근무 △산업자원부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환경과에너지연구위원회 위원장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카이스트 MBA 수료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업무집행 대표변호사(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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