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8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열린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행위 중단, 변호인의 의뢰인 비밀유지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 조력권을 형해화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법적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기 어렵고, 변호사 역시 충분한 정보 없이 조력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변호사가 의뢰인 또는 의뢰인이 되려는 자와 나눈 비밀 의사교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를 명시했다. 또한 수임 사건과 관련해 소송 등을 위해 작성한 서류나 자료에 대해서도 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법체계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미국은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와 별개로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을 독립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독일 또한 비밀유지를 변호사의 의무이자 권리로서 이중 보호하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한국도 ACP에 관한 국제적 기준에 한 발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세부 적용 범위가 여전히 해석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선 사내변호사와 임직원 간 교신이 어느 범위까지 ACP 보호 대상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다. 사내변호사의 경우 법률자문과 경영 업무가 혼재되는 경우가 많아, 어떤 교신이 ‘법률자문 목적’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의 적용 범위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ACP 해당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고, 다툼이 있을 경우 어떤 절차를 거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무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ACP가 침해된 경우 해당 자료의 증거능력을 배제할 것인지 여부도 향후 판례를 통해 정립돼야 할 부분이다.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리와의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의 법무 및 컴플라이언스 실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기업들이 법률자문 목적 문서와 일반 업무 자료를 명확히 구분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ACP 보호를 받으려면 해당 문서가 ‘법률자문을 목적으로’ 작성됐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메일, 메신저 등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관리 체계 정비와 외부 로펌과의 협업 프로세스 체계화도 과제로 꼽힌다.
노민호 법무법인 태평양 형사그룹 변호사는 “ACP 제도화는 기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노 변호사는 “적용 범위와 예외 사유, 증거능력 판단 기준은 향후 판례를 통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과 법무부서는 평소 업무에서부터 ACP 적용을 전제로 자료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내부 의사결정 구조 점검을 신속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