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일본식 씨름 스모의 오랜 전통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도효(모래판)에 직접 오르지 않기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첫 여성 총리 취임 이후 관심이 쏠렸던 모래판 시상 관례를 따르기보다는, 기존 ‘금녀 구역’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도쿄 료고쿠(兩國)국기관 스모경기장, 다카이치 총리(사진=연합뉴스 by 챗GPT)
31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스모 경기장인 모래판을 여성 출입 금지 구역으로 운영해온 관습과 관련해, 관저 및 정부 관계자 등을 통해 “전통을 존중해 도효에 오르지 않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전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본 전통은 신중히 보호돼야 한다”는 취지로 스모 측의 관행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성 총리 탄생과 함께 제기된 전통 파괴 논란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모 모래판은 수백 년 동안 여성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성역으로 여겨졌으며,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도 시대착오적 관습이라는 비판과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주장이 대립해 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번 결정이 성평등 논쟁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스모계와 종교·문화 전통을 둘러싼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모 모래판 시상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에 대해 사회적 평등 가치보다 문화적 특수성을 보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그동안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등 남성 총리들은 스모 메이저 대회인 오즈모가 열리면 우승자에게 시상하기 위해 직접 모래판에 올랐다. 이러한 남성 지도자들 행보와 달리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여성으로서 겪게 될 종교적·문화적 금기를 피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최초 여성 총리 자리에 오르면서 스모계와 정치권에서는 여성 총리 모래판 진입 여부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실제로 지난 25일 종료된 오즈모 대회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총리를 대신해 남성 공직자인 마쓰모토 요헤이 문부과학상이 도효에 올라 우승자에게 시상하며 기존 전통 형식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