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를 녹여라”…美 전역 이민정책 반대 시위 ‘폭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31일, 오후 05:23

3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코어시빅(CoreCivic)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시위대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이민 당국의 총격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워싱턴 DC 등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전국 봉쇄(National Shutdown)”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번 시위는 단순한 항의를 넘어 학교 수업 거부와 상점 영업 중단으로 이어지며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이민 단속 정책에 대한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경제 활동과 교육 활동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응답한 시민들은 맹추위를 뚫고 거리로 나섰다. 미니애폴리스 시내 중심부 ‘헨리 위플 주교 연방청사’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백 명이 모여 국토안보부(DHS) 요원들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시위에 참여한 미셸 파스코는 모든 사람에게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연방정부에 상기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업체들은 하루 동안 문을 닫거나 영업 수익금을 이민자 지원 단체에 기부하며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뉴욕의 한 레스토랑은 당일 수익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애리조나와 콜로라도 등 일부 지역 학교들은 학생들이 시위에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자 선제적으로 수업을 취소했다. 미시간주 그로브스 고등학교에서는 영하 18도의 기록적인 혹한에도 불구하고 수십 명의 학생이 교실을 떠나 수업 거부에 동참했다. 졸업반 로건 알브리튼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행위가 이웃 미국인을 대하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포틀랜드 공립학교의 행정직원 그레이스 발렌수엘라 역시 이민 당국의 활동이 학교 시스템에 매일같이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색 시위 아이템도 등장했다. 빨간색 털실로 ‘ICE를 녹여라(Melt the ICE)’라고 적은 모자를 쓰고 시위에 나서는 운동이 확산 중이다. 미니애폴리스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이 모자 도안은 개당 5달러에 판매되어 이달 중순까지 8만 5000건 이상의 주문을 기록했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전액 지역 이민자 공동체 지원에 사용된다.

정치권의 가세로 시위의 규모와 영향력은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시청 앞에 모여 저녁까지 행진을 이어갔으며, 민주당 소속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이 합류해 ICE 퇴출을 주장했다. 마크 디온 포틀랜드 시장도 반대가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며 이민 당국의 행보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긴장 완화 방침을 언급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미네소타 지방정부·주정부가 협조하면 연방 요원을 ‘줄일(draw down)’ 계획”이라며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가 도주 우려가 있는 불법 이민자에 대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ICE의 권한을 오히려 확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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