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新 규제 예고에 수출기업 비상…게임체인저 될 ESPR은[이영민의 알쓸기잡]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01일, 오전 10:00

[편집자 주] 탄소중립부터 RE100(기업의 사용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까지. 뉴스에 나오는 기후·환경 상식들. 알쏭달쏭한 의미와 배경지식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이번 주말에 ‘알아두면 쓸모 있는 기후 잡학사전’(알쓸기잡)에서 삶과 밀접히 연결된 뉴스를 접해보세요.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차 에코디자인 정책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SPR이 일으킬 나비효과…글로벌 시장 ‘전 품목’ 생산·처리 바뀔까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정부와 산업계가 지난달 30일 한자리에 모여 유럽연합(EU)의 제품·포장재 환경규제에 대응할 전략을 공유했습니다. 이날 정부는 올해 포괄적 에코디자인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년 전 유럽연합이 채택한 ‘에코디자인’(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 시행이 초읽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수출길이 좁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체질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오늘은 ESPR이 시장에 불러올 변화를 함께 알아보시죠.

EU는 2020년 ‘신순환경제계획’을 공개하면서 EU 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제품의 설계기준과 필요한 정보제공을 강제할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2024년 7월 에코디자인(ESPR)을 도입했는데요. ESPR은 제품·포장재의 내구성과 재활용 용이성, 탄소발자국 등 설계요구사항을 만족할 때만 상품을 EU 회원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규제합니다. 법률상 규제 근거를 포괄적으로 두고 하위법령(위임법)에 따라 품목별 세부사항을 정하는 일종의 규제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죠.

ESPR의 가장 큰 특징은 ‘포괄성’입니다. 개별 품목별 규제가 아니라 모든 제품에 잠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근거법입니다. 16가지 광범위한 성능·정보제공 규제 사항을 담고 있습니다. 또 생산부터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상품의 전주기에 걸쳐 환경영향 감축을 고려할 것을 주문합니다. 페트병 재질을 유색 소재에서 투명 소재로 통일해 재활용을 높이는 것도 일종의 에코디자인 사례입니다. 생산단계에서부터 이렇게 자원투입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면 국내 제품의 지속가능성과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ESPR은 ‘브뤼셀 효과’(EU의 제도가 EU 밖에서도 글로벌 표준처럼 작동하는 현상)에 의해 국제시장의 새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EU는 ESPR로 제품·포장재의 환경성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라벨이나 전자매체를 통한 환경영향정보의 표시의무를 2027년 이후 부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에너지사용제품·섬유·가구 등 품목별로 우선순위를 부여해 위임법 제정계획을 발표했고 올해부터 그 품목별 채택이 하나씩 이뤄질 전망입니다. 규제 발효는 위임법 채택일로부터 18개월 후 시작됩니다.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힐 수 있어 국내에도 큰 파장이 예상됩니다.

◇기후부, 한국형 ESPR 위한 4단계 전략 발표…2월 우선검토품목 지정

ESPR 시행 후 국내 수출기업은 품목별 세부 기준에 따라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이나 복잡한 구조를 개선해 수리·재활용 저해 요인을 줄여야 합니다. 일정한 비율 이상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 △에너지효율 △수리용이성을 비롯한 환경영향 정보를 라벨이나 전자매체(DPP, Digital Product Passport)로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DPP는 제품의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QR코드나 바코드 등 전자매체로 제공하는 체계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ESPR 시행 후 혼란을 줄이기 위해 포괄적 에코디자인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순환경제생태계 조성’을 채택하고, 그해 9월 한국형 ESPR 제도화 추진을 발표했습니다.

기후부에 따르면 한국형 ESPR은 포장재와 식품·의약품 등을 제외한 잠정적으로 모든 물리적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주기에 적용됩니다. 모든 내용은 업계의 의사를 반영한 상향식 의사결정으로 결정됩니다. 국외규제를 고려해 품목별로 필요한 최소 요건(유연성)만 규정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기존의 재활용의무는 단순히 생산량에 비례했다면, 제도 도입 후에는 한국형 EPSR과 연동해 우수제품은 관련 분담금을 감면하는 등 지속가능성 제고에 따른 보상체계도 함께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전날 ESPR 제도화를 위한 4단계 로드맵을 밝혔습니다. 올해 2월까지 한국형 ESPR을 위한 우선검토품목을 지정해 에코디자인 포럼을 발족하고, 연내에 정책 설계 법률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듬해에는 요건 설정 원칙을 표준화하고 EU의 일정을 고려한 품목별 기준을 마련해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제도 의무화와 국가 간 상호인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EU의 규제가 소나기가 아닌 미리 올라타야 할 파도라고 진단했습니다. ESPR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다음 세대의 시장을 지배할 기틀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죠. 기후부는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당장 다음 달 우선검토품목 3~5종을 선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업계에는 상당한 충격이 예상되는데요. 그 변화를 알쓸기잡에서도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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