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가도 입원 안한다…지역 보건의료원 현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01일, 오전 10:34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의료취약지에 설립한 공공병원인 ‘보건의료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보건의료원 응급실을 찾은 지역 주민이 실제로 입원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평창군보건의료원 진료 안내(사진=평창군 홈페이지 갈무리)
1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와 평창군보건의료원 연구진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취약지 안전망으로서 보건의료원 현황과 역할 정립에 관한 고찰’ 논문을 한국보건행정학회지 최신호에 게재했다.

보건의료원은 보건소 가운데 입원 진료가 가능토록 병원 요건을 갖춘 지역보건의료기관을 말한다. 병원급 이상 의료시설이 없는 의료취약지에 1988년부터 설립돼 현재 전국에 16곳이 운영 중이다.

논문에 따르면 지역에 병원이 없는 만큼 보건의료원이 지역 주민의 입원 치료까지 담당해야 하지만 실제로 보건의료원에 입원하는 지역 주민은 많지 않았다. 서울을 제외한 15개 보건의료원의 입원 자체충족률(지역 주민의 해당 지역 의료기관 입원서비스 이용률·내원일수 기준)은 평균 13.5%에 그쳤다. 이는 지역 내 입원 환자 100명 중 13명만 보건의료원에 입원하고 나머지는 사실상 다른 지역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응급환자를 입원 치료하는 기능은 거의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원의 응급의료 지역점유율은 외래(37.03%)보다 입원은 평균 0.05%에 불과했다. 입원 기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증 환자 위주의 응급 외래 진료만 제공하고, 중증 환자는 관외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보건의료원은 ‘다른 병·의원이 문을 닫을 때 이용하는 병원’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실제로 평창군보건의료원의 경우 평일 일과 시간에는 응급실 방문자가 매우 적었지만 주말과 공휴일 낮 시간대에 방문자가 집중됐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 대부분은 경증 또는 중등도 환자였으며 2023년 기준 중증 환자는 전체 응급실 방문자의 4.6%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보건의료원 응급실을 경유해 입원하는 환자가 극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응급실 유지를 위해 과도한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일본의 의료취약지 공공병원 사례처럼 평일 일과 시간에는 응급실 전담 의사를 별도로 배치하지 않고 외래 진료 중인 의사들이 응급실 내원 환자를 함께 진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응급실 기능을 긴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야간·공휴일 외래’ 수준으로 조정해 평일에는 밤 10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그 외 시간대에 발생하는 응급환자는 소방서 등과 연계한 환자 이송체계를 구축하는 등 보다 다변화된 응급실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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