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민주당 의원이 ‘의료사고 상생구제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지현)
현실적으로 의료사고 위험이 큰 산과, 소아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는 수사·기소 부담과 불확실성으로 전공의 기피 현상이 심화해 왔다. 사고 발생 시 형사 책임 가능성이 상존하는 구조가 의료 인력 이탈을 부추긴다는 것이 법안 발의 측의 문제의식이다. 반면 환자와 가족은 사고 이후 충분한 설명과 보상을 받지 못해 갈등이 소송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사고를 ‘처벌 중심’이 아닌 ‘예방과 회복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중앙환자안전센터 등 전담기관이 원인조사를 수행하고 조사 결과에 따른 개선 권고와 이행계획 수립을 의무화했다. 국가가 인력과 재정, 시스템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환자 권리 보장 측면에서는 설명의무를 법으로 명문화했다. 중대한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 개설자는 의료사고지원팀을 구성해 사고 경위와 처리 과정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의료분쟁 초기 단계에서 불신과 갈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환자대변인 제도와 옴부즈맨 도입을 통해 조정·감정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강화했다.
또 의료사고로 인한 정신적 피해 회복을 위해 환자와 가족, 의료인을 대상으로 심리상담과 정서지원을 제공하는 의료사고 트라우마센터 설치·운영 근거를 담았다. 분쟁의 장기화가 남기는 후유증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접근이다.
가장 큰 쟁점은 형사처벌 특례다. 개정안은 중대한 과실이 아닌 필수의료 행위에 대해 공소 제한을 적용하기 위해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의료행위의 필수성 여부와 중과실 존재 여부를 심의하며 심의 기간(최대 150일) 동안 수사기관의 소환을 자제하도록 했다.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절차적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분쟁조정 개시 요건도 완화했다. 기존에는 환자와 의료진이 모두 동의해야 조정이 시작됐지만, 개정안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명시적 의사표시가 없으면 조정이 개시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조정이 무산돼 곧바로 고소·고발로 이어지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 배상 책임 강화도 주요 내용이다. 의료기관 개설자의 배상 책임보험 또는 책임공제 가입을 의무화하고 특히 필수의료 분야의 고액 보험료는 국가가 지원하도록 했다. 무과실 보상 대상도 기존의 분만 사고에서 필수의료 행위 전반으로 확대해 국가 책임을 강화했다.
그러나 반발도 거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형사처벌 특례가 사실상 환자의 고소·고발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 요구만 대폭 반영된 법안”이라는 비판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분쟁조정 절차가 자동 개시될 경우 남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윤 의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논의를 통해 축적된 결과물”이라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일부 비판은 자기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환자단체와 의료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