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이미지(출처=챗GPT)
2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최근 리딩방을 운영하는 조직들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장치를 단계별로 설계하는 등 수법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범죄 과정에서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악용하고 있다. ‘수익 보장’이라는 표현을 지우고 ‘참고용’, ‘전략 공유’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무료방·중간방·VIP방 등으로 등급을 나눈 뒤 각 단계마다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일부 돌릴 수 있도록 동의서를 받기도 한다.
이 같은 교묘한 방식은 전문가의 조언 없인 힘들다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피싱 사기를 전담 수사 중인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범죄 행태를 보면 피싱 조직의 법률 자문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일부 행정사나 변호사들은 리딩방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고소·고발에 대비하라며 상담을 받으라고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당국은 이러한 움직임이 범죄의 조직화·지능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변호사가 범행을 주도해 향후 수사에 대비한 사건도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는 지난해 2월 범죄단체 조직 및 사기 등의 혐의로 변호사 A(46)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유튜브에서 코인 전문가로 행세하며 사건 의뢰인 중 자금세탁 조직원을 영입해 100억원 상당의 코인판매자금 세탁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또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수사를 피하려 한 사실도 파악됐다. 현재 A씨는 서울북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피싱 피해자에게 접근한 로펌이 허위 신고를 종용하는 사건도 있었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계좌를 정지할 수 있지만, 주식이나 코인 리딩방 사기·로맨스 스캠 등 신종 피싱은 피해금 관련 계좌 동결이 불가능하다. 이 점을 이용해 로펌이 리딩방 등 사기 피해자들에게 ‘보이스피싱으로 신고해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보이스피싱 사기 신고를 종용하고 착수금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들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전과자가 됐다.
이러한 방식은 범죄 조직도 이용하는 수법이다. 우선 리딩방 등 사기를 저지른 후 피해자에게 접근해 ‘일단 지금까지 기록을 다 지우고 보이스피싱 신고를 해야 돈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다’고 현혹해 자신들의 범죄 흔적까지 지우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범인들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단서를 자기 손으로 지우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사나 법에 능통한 이들의 조언이 없다면 이런 수법이 가능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우리나라에 처음 보이스피싱이 확인된 건 2006년 국세청 사칭 세금 환급 사기다. 이후 20년 동안 피싱 범죄는 진화를 거듭했고, 단속이 강화되면 수법은 더 교묘해졌다.
초기의 보이스피싱은 단순했다. 검찰·경찰·국세청을 사칭해 공포를 조성하고, 계좌 이체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권위에 대한 신뢰와 정보 비대칭이 범죄의 핵심 수단이었다.
금융권과 수사당국이 대응에 나서자 범죄는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대출·택배·과태료·가족을 내세운 ‘생활형 피싱’ 시나리오가 활개를 쳤다. 전화에 문자메시지를 결합한 방식, 악성 앱 설치 유도 등 수법도 다양해졌다. 이 같은 수법에 정부와 유관기관이 각개전투에 나서 대응할 때마다 범죄 수법은 몇발은 더 앞서나가는 형국이다.
결국 범죄 기획에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이 가담하는 구조까지 만들어졌다. 이들의 자문을 통해 수사망을 피해가는 자금 흐름이 설계되고, 피해자에게 제시되는 서류와 절차 역시 실제 금융·법률 문서를 연상케 할 만큼 치밀한 모습을 띄고 있다. 이 때문에 법이나 수사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피싱 조직을 두고 연루된 전문직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자격증을 주고 자율성을 주는 만큼 협회나 해당 직역이 속한 단체가 전문직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사건에 연루되면 처벌도 강하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영구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하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