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조직 동남아 전역 확산…국제공조 서둘러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03일, 오전 05:51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경찰이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대한 강조 높은 소탕 작전을 실시해 검거 성과를 거뒀지만 일부 조직들은 동남아 인근 국가들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태국이나 라오스·베트남·미얀마 등으로 숨어들어 범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피싱 범죄 특성상 컴퓨터 몇 대만 있으면 장소를 옮겨가면서 범행이 가능해 범정부 차원의 국제 공조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에 있는 범죄 단지로 추정되는 건물 모습. (사진=연합뉴스)
2일 경찰에 따르면 법무부·경찰청·국정원은 지난달 7일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 총책급인 중국 국적 함 모(42)씨를 태국 파타야에서 검거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대학생 살인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다. 함씨는 캄보디아에서 스캠 범죄단체를 조직하다가 지난해 11월 태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은 캄보디아와 함께 피싱 조직들이 주요 거점으로 활용하는 나라다. 두 국가를 오가며 범행을 저지르던 조직도 상당수다. 더욱이 한국인을 비롯한 관광객이 많은 편이어서 함씨처럼 캄보디아에서 도주한 이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태국 현지 사정에 밝은 전형환 메가엑스 대표변호사는 “다른 나라에서는 문신한 한국인이 특이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태국은 관광객들이 워낙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조직원 수는 많지 않지만 최근 태국으로 피싱 범죄조직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피싱 조직이 동남아 각지로 흩어지고 있는 것은 비단 태국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한국·캄보디아 경찰이 공동으로 ‘코리아 전담반’을 운영하면서 분위기가 삼엄해졌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국제 공조 작전 ‘브레이킹 체인스(Breaking Chains, 사슬끊기)’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스캠 범죄 혐의자들을 검거하고 있다. 최근 72명의 범죄자들을 캄보디아에서 소환하기도 했다. 단일국가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은 대부분 인터폴 적색수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터라 비교적 이동하기 쉬운 인접국인 라오스와 베트남으로 옮기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군부가 장악하고 있어 캄보디아와 유사하게 비교적 로비가 쉬운 미얀마도 조직들이 새롭게 눈을 돌리는 지역 중 하나다. 김민재 법무법인 태광 변호사는 “이들은 정부든 군이든 ‘관줄’이 있는 곳으로 옮긴다. 미얀마도 그런 나라 중 하나”라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에서 확인한 캄보디아 조직 가담자 추정치가 20만명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검거 숫자는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캄보디아 집중 단속을 피해 달아난 범죄자들이 새롭게 캠프를 꾸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대대적 단속이 이뤄진 지난해 10월 잠시 주춤했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2월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도피 국가가 다양해질 수록 수사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국가별로 한국 경찰에 협조하는 정도에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공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나라별로 제도가 달라서다.

경찰은 이 같은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과 함께 재차 대규모 작전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캄보디아 단속을 강화하면 조직들이 주변 국가로 달아날 우려가 있어 국내 수사당국도 지켜보고 있다”며 “2월 초 2차 브레이킹 체인스 작전을 수행할 예정으로 캄보디아 주변 지역의 움직임 등도 첩보를 수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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