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 한해 수백억 쏟아붓는 학과 개편 항상 뒷북인 이유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09일, 오전 09:46

폴리텍 남인천캠퍼스는 95.3%의 취업률로 전국 160개 전문·기능대학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남인천켐퍼스 전경(사진제공 폴리텍대학)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기자]국가 직업훈련 전문기관인 폴리텍대학. 산업 변화에 맞춰 매년 학과를 신설·개편하고 있음에도 불구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한 해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학과 신설·개편 사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폴리텍대학이 자체 분석한 ‘한국폴리텍대학 학과 신설·개편 성과 분석 연구 보고서’는 그 원인을 학과 자체가 아니라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 “신설학과에 기존 학과 평가 잣대는 부적합”

보고서에 따르면 폴리텍대학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해마다 20~30개 규모의 학과를 신설하거나 개편했다. 이들 학과에는 전체 예산의 약 10~20%가 투입될 만큼 정책적 비중이 크다. 매년 수백억 원이 학과 개편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은 기존 학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진이 신설·개편 학과의 성과를 연차별로 분석한 결과는 비교적 명확했다. 입학지수, 양성지수, 취업지수 모두 학과를 만든 직후 첫해에는 평균적으로 하락했고, 2년 차부터 점차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는 일부 학과의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 다수 학과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공통 패턴이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신설·개편 학과는 모집 초기의 불안정, 교과의 정착, 장비 구축, 교원 수급 등의 이유로 일반 학과와 다른 성과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성과 지표를 정리한 표에서도 이런 흐름은 수치로 확인된다. 신설·개편 학과의 입학·양성·취업 지수는 첫해 평균이 기존 학과보다 낮았지만, 2년 차 이후에는 격차가 줄어들거나 일부 지표에서는 역전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첫해 성과만으로 학과의 성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분석 결과가 평가 제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폴리텍대학의 성과 평가는 연도 기준 횡단 비교, 즉 같은 해 운영된 학과들을 한꺼번에 비교하는 방식이다. 신설·개편 학과도 이미 안정된 기존 학과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이 평가는 이후 예산 배분, 교원 충원, 장비 보강 등 운영 지원의 판단 근거로 활용된다. 첫해 성과가 낮게 나오면 ‘부진 학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지고, 학과가 자리 잡는 데 필요한 지원이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이런 구조가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상적’인 초기 성과 하락이 곧바로 부진으로 기록되고, 지원이 지연되면서 성과 회복도 늦어진다. 그 결과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학과가 제때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항상 뒷북’이라는 평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산업변화 맞춰서 학과 신설·개편해야”

보고서에서 연구진이 주목한 또 하나의 지표는 산업전망지수다. 회귀분석 결과, 산업전망지수는 입학·양성·취업 성과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관계를 보였다. 산업 수요와 잘 맞는 학과일수록 성과가 더 빠르게 회복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산업전망지수가 성과와 유의한 방향성을 보인다는 점은 산업 정합성이 신설·개편 효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환경 요인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즉, 산업 변화에 맞춰 학과를 신설·개편하는 정책 방향 자체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산업 수요 지표가 실제 평가와 지원 판단에서는 ‘참고 지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기존 평가지표 체계를 급격히 변경하기보다, 이미 구축된 지표를 신설·개편 연차 흐름에 따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연차 기반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해 초기 적응 과정과 안정화 단계를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폴리텍대학의 학과 개편이 늘 뒷북인 이유를 학과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신설·개편 학과를 첫해부터 기존 기준으로 평가해 온 제도적 한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 해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학과를 바꾸는 것뿐 아니라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 역시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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