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놈만" 아득바득 이 갈던 명재완에...별이 졌다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10일, 오전 12:01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한 놈만 걸려라...나만 불행할 순 없지”

2025년 2월 10일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故 김하늘 양(8)이 사망한 이유다. 앞날이 창창한 아이의 삶을 빼앗은 이유로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심지어 하늘 양을 살해한 이는 바로 그 학교에 근무 중인 교사 ‘명재완’(48)이었다.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에서 1학년생 김하늘(8)양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교사 명재완이다. (사진=대전경찰청)
명재완 범행은 우발적이 아니다. 그는 2024년 하반기부터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명재완의 학교 근무 기록을 살펴본 결과 그는 2024년 하반기에만 8차례에 걸쳐 80일 넘게 조퇴와 병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명재완은 2024년 7월부터 장·단기 휴가를 밥 먹듯이 반복하다 10월 14일부턴 56일간 병가에 들어갔다. 병가에서 돌아온 다음 날엔 6개월의 질병 휴직을 신청했는데, 갑자기 3주 만에 복직했다. 그러나 명재완은 복직한 뒤에도 방학 기간에 근무지 외 연수 명목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후 갑자기 학교에 출근해 일주일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명재완 근무 기록에는 잇따른 조퇴와 장기간 병가 등 이상 징후들이 기록됐지만, “정상 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곧바로 복직됐다. 그리고 복직 후 자신의 역할이 축소되자 이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며 엄청난 불만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명재완은 이 시기 우울증과 그로 인한 이혼에 대한 엄청난 불안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명재완은 2018년부터 우울·불면·무기력 등 증상을 겪다 2024년 12월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질병 휴직을 냈다. 그러나 휴직을 낸 같은 달, 남편 A씨로부터 ‘3월까지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이혼하자’는 통보를 받으며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게 됐다. 명재완은 휴직 2개월 만에 서둘러 복직했으나 담임 교사가 아닌 교과 담임을 맡는 등 주요 업무에서 배제되자 불만을 느끼게 됐다.

검찰은 이후 명재완이 남편과 학교로부터 휴직·병가를 재차 권유받자 ‘교사로서도, 엄마로서도, 여자로서도 끝났다’고 생각하고 강한 분노를 느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명재완이 치료받았던 우울증과 해당 범죄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여교사 명재완이 지난 3월 7일 대전 서부경찰서에서 대면조사를 마치고 둔산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결국 2월 10일 명재완은 출근 3시간 뒤인 오전 11시 50분쯤 남편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나만 망한 것 같아 속상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평소 명재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남편은 그에게 귀가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명재완은 이를 거부하고 대전 한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재완은 흉기를 구입하며 점원에게 ‘성능이 좋은지’를 묻는 등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흉기를 구매한 명재완은 휴대전화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초등생 살인’ 등을 직접 검색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범행 나흘 전인 2월 6일에도 인터넷을 통해 ‘사람 죽이는 방법’ ‘신림동 살인사건’ ‘의대생 살인사건’ 등을 검색하는 등 범행과 관련된 내용을 꾸준히 준비했다. 또 범행 장소로 시청각실을 물색한 점 등을 고려해 검찰은 이를 계획범죄로 판단했다.

그리고 다시 당일 오후 명재완은 3시 14분쯤 A씨에게 재차 전화를 걸어 “나 감옥 가면 어떻게 돼? 우리 집은?”이라고 물었다. 이어 “내 돈으로 피해자 보상하나?”라고 물었다. 특히 명재완은 같은 통화에서 “지금 한 놈만 걸려라” “나만 불행할 수 없다. 한 명만 더 불행하게 할 거야” 등 범행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이 흘러 오후 4시 43분쯤 명재완은 시청각실 창고에서 하교하던 김하늘 양에게 책을 주겠다며 유인해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그는 범행 직전 하늘 양이 “아빠에게 가야겠다”라고 말하자 “아빠한테 못 갈 것 같다”고 싸늘하게 말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하늘 양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명재완은 범행 후 목과 팔 부위에 자해해 상처를 입어 응급 수술을 받았고 수술 전 경찰에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정맥 봉합수술 등을 받고 20여 일간 병원에서 머물다 구속 기소 됐다.

1심 재판 당시 검찰은 “제압하기 쉬운 일면식 없는 어린 여자아이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저질렀고 범행 전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또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와 결과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 등을 구형했다.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수년간 정신질환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교사라는 직업과 경력을 고려하면 오히려 책임이 더 무겁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반성문 내용 중 유족에 대한 사죄가 아닌 자신의 처지를 반출하는 내용이 적지 않아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해야 한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명재완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엄벌이 필요하다는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마찬가지로 사형을 선고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봤다.

2심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현실과 피고인의 정신상태, 교화 가능성이 전혀 없는지 등 모든 양형 조건과 사정을 고려했을 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 기각했다.

명재완은 항소심에 불복하고 2026년 1월 21일 직접 대전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상고심 과정에서 그는 앞서 인정되지 않았던 심신미약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항소심 첫 공판에서 1심부터 명재완을 대변하던 명재완 측 변호사가 사임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건을 맡을지 며칠 고민하다가 법률가로서 훈련받은 대로 사형수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원칙에 따라 수임했는데, 저의 인식이 시민 인식에 많이 못 미쳤던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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