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사표 쓰던 직원들…하루 7시간 근무가 바꾼 이회사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10일, 오후 04:41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중인 ‘재담미디어’를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이 회사는 장시간 근로 관행으로 인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조직 재설게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업무성과는 유지하고 있다. (시잔제공=고용노동부)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웹툰 원고 마감이 겹치면 밤 10시, 11시 퇴근은 기본이었습니다. 그게 이 업계의 ‘일상’이었죠.”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8길에 위치한 콘텐츠 제작사 재담미디어. 웹툰과 캐릭터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장시간 근로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마감 일정이 몰리는 시기에는 수정 작업이 반복되며 심야 연장근로가 이어졌고, 직원들의 피로 누적은 결국 이직으로 이어졌다. 이 회사 경영진은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라면 인재 유출로 회사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2013년 설립된 재담미디어는 근로자 68명이 일하는 중소 콘텐츠 기업이다. 장시간 근로 관행으로 인한 이직 증가가 생산성 저하로 직결되자, 회사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내부 직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면서도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 그 해답으로 선택한 것이 ‘실노동시간 단축’이었다.

변화는 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내부 간담회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을 공론화했고, 노사협의회 논의를 거쳐 전 직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이후 올해 1월, 고용노동부의 ‘워라밸+4.5 프로젝트’ 참여를 신청하며 근무시간 단축 작업에 나섰다.

재담미디어는 특정 요일을 쉬는 주 4.5일제 대신 근무시간을 1시간씩 줄이는 ‘주 35시간제(1일 7시간 근무)’로 방향을 잡았다.

요일별 연재 일정이 제각각인 콘텐츠 업종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대신 일하는 방식은 더 촘촘해졌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동일·반복되는 업무를 표준화하고,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는 한편 집중 근무시간을 운영해 업무 몰입도를 높였다.

이 회사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제도로 완전히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회사는 오는 3월까지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을 개정해 ‘주 35시간제’를 공식화할 계획이다. 제작 과정별 표준 작업시간을 설정하고, 사전 승인제를 통해 불필요한 연장근로를 차단할 계획이다.

반복적인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업무는 과업을 조정하거나 신규 채용을 우선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룹웨어 도입을 통한 업무 자동화와 협업 효율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동시간 단축 실험 결과는 긍정적이다.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성과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개선되고 있고,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와 조직 몰입도는 높아졌다.

회사측은 “조직 재설계와 프로세스 효율화로 노동시간은 줄어들면서 성과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됐다”며 “조직 몰입과 직무 만족 제고, 이직 감소 등으로 기업 생산성 향상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노사 참여·협력을 통한 실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고용브랜딩을 앞세워 유능한 인재를 확보, 회사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재담미디어 사례는 고용노동부가 올해부터 새롭게 추진하는 워라밸+4.5 프로젝트의 취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업은 장시간 근로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노사 합의를 전제로 임금 감소 없이 주 4.5일제 등 실노동시간 단축을 도입할 경우, 재정 지원을 통해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20인 이상 우선지원 대상기업이 참여할 수 있으며, 노동시간을 줄인 근로자 1인당 월 20만~60만 원을 지원한다. 신규 채용 시에는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재담미디어를 찾아 “장시간 노동, 강한 위계문화 등 과거 한국을 선진국 경제로 탈바꿈시킨 가치들이 앞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낼 것이라 믿는다면 큰 오산”이라며 “이제는 양적 투입이 아니라 질적 노동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실노동시간을 줄이려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제도적 지원과 행정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