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 2026.1.21 © 뉴스1 박지혜 기자
헌법재판관 미임명·졸속 지명으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전 국무위원들이 대통령 인사권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은 또 비상계엄 선포와 헌법재판관 인사는 직접 관련이 없다며, 이 사건은 특검법이 정한 수사 범위를 벗어나므로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1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직무 유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첫 정식 공판기일을 열었다.
한 전 총리 측은 이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적이 없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특검의 수사 대상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은 "당시 한 전 총리의 담화문을 다시 읽어봐 달라, 거부가 아닌 호소였다"며 "헌재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호소였고, 여야 합의 따라서 임명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재판관 지명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것이라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고, 정치 영역에서 해결돼야 할 인선을 법정으로 끌어들여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으려 하는 것은 삼권 분립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측은 또 최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기소한 사건이 연달아 공소 기각된 점을 들어 이 사건 역시 공소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특검은 이 사건이 비상계엄 행위를 둘러싼 수사 대상 어디에 해당하는지 적시하지 않고, 이런저런 조항 모두에 해당한다는 모호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인사 행위는 특검이 수사 대상으로 하는 비상계엄 선포 행위와는 성격과 시간, 장소가 다르기 때문에 인적 연관성도 없다"고 밝혔다.
최 전 부총리는 지난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이번 기일에서도 변론분리를 요청했다.
최 전 부총리의 변호인은 "최 전 부총리가 왜 이 사건에 공동으로 기소됐는지 의문"이라며 "공범 관계에 있지 않은 최 전 부총리는 공동으로 묶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고, 불필요한 예단을 줄 수 있어 심히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최 전 부총리에게 전이시키려 한다"며 최 전 부총리와 무관한 피고인들 속에 최 전 부총리를 방치함으로써 불리한 심증을 생기게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전 부총리와 무관한 사실과 증거 조사 결과가 공소사실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다른 피고인들과 변론을 분리해달라고 했다.
또 해당 재판부가 지난달 한 전 총리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이므로 이미 법관이 예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최 전 부총리 사건을 재배당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전 실장 측은 "특검이 법률이 규정한 수사 관할을 이탈해 위법하게 기소한 이상 이 사건 공소제기는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 전 총리가 인사권을 행사한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고, 보좌진인 대통령실이 대통령 권한대행 요청에 따라 신속하게 인사 검증을 한 행위가 단독으로 형사 처벌될 수도 없다며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전 수석도 공소제기 절차가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김 전 수석에 대한 공소사실은 인사와 관련 있는 내용이고 이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라며 "공소사실은 내란·외환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별개 사건이므로 공소제기 권한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 측은 "인사 검증은 공무원을 임명하기 전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과거 행적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절차인데, 구체적 절차를 규정한 법령은 없다"며 "정상적 인사 검증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본 사건은 특검 기소 건 중에서도 법령 해석을 잘못해서 기소한 무리한 사안"이라며 "조속히 공소 기각 또는 무죄 판결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의견을 들은 후 "절차 진행에 대해 재판부가 정하겠다"며 "이 사건은 검토해 봤는데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진행은 분리하지 않고 재배당하지 않고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오는 20일로 정하고,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 이후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마은혁·정계선·조한창)을 임명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전 총리의 탄핵 소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최 전 부총리는 3인 중 마 후보자는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외한 채 정·조 후보자 2명만 우선 임명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한 전 총리, 정 전 실장, 김 전 수석, 이 전 비서관 등은 한 전 총리가 탄핵 기각으로 권한대행에 복귀한 이후 인사 검증을 졸속으로 진행해 함상훈·이완규 후보자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혐의도 있다.
최 전 부총리에게는 한 전 총리 재판에 나와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았는데도 '내용을 본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한 혐의도 적용됐다.
sh@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