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1호 사고' 삼표 회장 무죄에 "중처법 취지 훼손"(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10일, 오후 05:26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양대노총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무죄판결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취지를 훼손했다며 강력 규탄했다. 삼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중처법 시행 이후 이틀 만에 발생한 첫 번째 사건이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가운데)이 10일 오후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노총은 10일 성명을 통해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은 중대재해 사건에서 최고 경영 책임자의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검찰이 즉각 항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재판부는 회장이 각종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안전보건 업무를 포함한 사업을 총괄해 경영상 결정을 내리는 절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조직 규모와 구조를 고려할 때 중처법이 규정한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판단은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를 협소하게 해석한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에서도 최고 경영 책임자인 회장과 법인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고, 처벌은 본사 안전담당자와 현장 관계자에게 집중됐다”며 “이는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중처법의 취지를 몰각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대기업의 복잡한 지배구조 속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책임을 좁게 해석할 경우 기업이 조직 구조를 통해 의도적으로 책임을 분산하거나 회피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며 “이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책임 체계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또한 성명을 내고 “법원은 이 ‘1호 재판’에서조차 총수와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이는 단순한 판결을 넘어 법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시도”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이 실질적 경영 개입 사실을 무시한 것은 법이 겨냥한 ‘실질적 경영책임자’ 개념을 스스로 형해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법원은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축소 해석하며 책임을 현장 관리자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며 “이 판결은 앞으로 이어질 모든 재판에서 총수들이 내밀 ‘최우선 면죄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자가 죽어도 최종 결정권자가 법 바깥에 서 있게 된다면 중처법은 더 이상 생명을 지키는 법일 수 없다”며 “검찰은 즉각 항소해 이 위험한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법원은 법을 형해화하는 협소한 해석을 중단하고, 중대재해의 중대성에 걸맞은 엄정한 양형 기준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며 “‘처벌 가능한 경우’를 찾는 재판이 아니라 ‘왜 처벌해야 하는지’를 묻는 재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처법 시행 이틀 만인 2022년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 사업소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 회장과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는 안전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의정부지법은 두 피고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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