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짜뉴스와 민주시민교육

사회

뉴스1,

2026년 2월 11일, 오전 06:30

임해중 사회정책부장
뉴욕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앨런 소칼은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던 계절, 양자역학으로 사회적 구성주의를 설명한 논문을 완성했다.

소칼은 그해 연말 포스트모던 계열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했다. 약 1년 6개월 뒤인 1996년 5월, 학술지 특집호에 실린 논문은 양자역학으로 사회적 구성주의를 논증했다며 해당 학계 호평을 받았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은 보편성을 부정하고 상대적 지식을 강조한 사회적 구성주의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3주 후 소칼이 이를 가짜 논문이라고 폭로하자 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전문 용어와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하면 엉터리 정보도 믿을만한 지식으로 둔갑하는 실태를 보여준 사건이다.

이 사건은 가짜 지식이 사회에 어떤 식으로 유통되고 작동하는지 파헤쳤다는 점에서 최근 범람하고 있는 가짜뉴스 문제를 풀어나갈 단서를 제공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며 허위정보는 더 빠르게 확대 재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왜곡된 통계를 인용하거나 숫자를 입맛에 맞게 짜깁기한다.

가짜뉴스 논란을 자초한 대한상의는 추정컨대 정해 놓은 답에 맞는 통계를 취사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인용한 통계가 이민 상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 자료에 가깝다는 게 드러나 실체가 밝혀졌지만 신뢰도 있는 기관이 조사한 숫자를 정밀하게 가공했다면 많은 사람이 휩쓸릴만한 주제였다.

지난해에는 CNBC를 인용한 미국의 관세유예 가짜뉴스가 확산돼 뉴욕증시가 하루 동안 700포인트 가까운 등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1인 미디어 중심의 유튜브는 조회 수가 수익으로 연결되다 보니 편향되고 자극적인 허위정보가 유통된다. 주장과 근거가 완전히 동떨어졌는데 두 맥락을 과학이나 사회학 용어로 엮어 설득력 있는 것처럼 꾸민다.

가짜 논문이 학술지에 실렸던 과정과 닮았다. 장황한 인용과 가짜 통계, 맥락에 맞지 않는 사실관계로 가설이 증명된 것처럼 주장한다. 매출 증가와 건강 효능은 직접 관계가 없음에도 건기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회사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 그러니 이 회사 제품은 건강에 좋다"고 알리는 식이다.

가짜논문 사태를 일으킨 앨런 소칼은 초고 투고 후 편집 요청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말에 가짜뉴스 문제를 풀어나갈 단서가 있다.

세계 각국은 공급자, 유통망, 소비자 3개 접점에서 가짜뉴스 차단을 고민한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가짜뉴스를 만든 공급자는 처벌하고 유튜브 등 유통채널에는 수익차단 등의 자정노력을 주문한다.

이런 접근은 가짜뉴스를 차단하는데 즉각적인 효과가 있지만 자칫 검열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더욱이 가짜뉴스 소비가 계속되면 처벌 효과는 반감된다. 소비자에게 가짜뉴스를 제공해 처벌을 웃도는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면 상당수 공급자는 이쪽을 택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더 이상 가짜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앨런 소칼이 편집 요청의 부재를 지목한 건 정보를 취득하는 상대의 철저한 검증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연구자와 달리 일반 소비자는 정보 및 지식의 진위를 검증하는 연습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지식과 사실, 의견을 따져 판단해보는 연습을 하도록 기회를 주는 민주시민교육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민주시민교육 강화를 언급하자 정쟁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정 지식이나 이념을 가르치는 게 아니냐는 걱정에서 발생한 우려다. 교육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있다.

민주시민교육에서의 교육은 사실 생각하는 연습에 가깝다. 가르침을 받는 게 아니라 정보와 지식에 어떤 의도가 숨었는지 등을 토론해 가려내는 연습이다. 그래서 가짜뉴스가 사회위협이 되고 있는 지금 더 중요한 교육이다.

이쯤에서 되묻고 싶은 게 있다. "이 사회 성인들은 우리 청소년들보다 왜곡된 뉴스와 정보에 휩쓸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아이들이 최소한의 민주시민교육을 받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필자의 답은 이렇다. "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나을 수 있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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