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낮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정의기억연대가 수요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6.2.11 © 뉴스1 유채연 기자
보수단체의 '위안부 모욕 시위'가 중단된 가운데 1739차를 맞은 수요시위가 약 4년 3개월 만에 소녀상 옆에서 평화롭게 진행됐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은 1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수요시위는 6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소녀상 앞에서 50여분 간 진행됐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오랜만에 조용하고 평화롭게 수요시위를 하게 되어 너무 좋다"며 "지난 몇 해 동안 이 자리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며 여성을 혐오하는 이들에 의해 사실상 점거돼 왔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그 시간은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의 폭력이었고 우리 모두에게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며 "대통령실의 적극적 관심이 시작됐고 수요 시위를 방해하고 소녀상을 훼손하는 극우 역사 부정 인사들이 마침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맞불 집회를 스스로 일단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를 맡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인턴 유혜연 씨는 "정부와 여당은 소녀상을 공공 조형물로 지정해 철저히 보호하고 테러 행위는 확실한 처벌로 대응해 실용 외교라는 명분 뒤에 숨지 말고 일본 정부에 당당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개정안에 대해 "피해의 성격을 '일제에 의한 강제 동원과 성적 학대, 위안부로서의 생활 강요'로 명확히 규정하고 명예훼손 처벌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국회는 2월 임시국회 내에 최종 통과로 책임을 완수하라"고 했다.
지난 2월 5일 여야 합의로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왜곡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수요시위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1991년 8월 14일 최초 위안부 피해 사실 공개 증언을 계기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14일 제1000차 정기 수요시위를 맞아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처음 세워진 이후에는 소녀상 앞에서 정기 시위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2021년 11월 3일(기자회견·1인 시위 등 제외 정식 집회 기준) '위안부 피해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단체들이 소녀상 앞 도로에 집회를 신고하면서 수요시위는 장소를 옆 도로로 옮기게 됐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중복된 장소에 2개 이상의 단체가 신고할 경우 선착순에 따라 우선순위가 부여된다. 보수 단체들이 철야 대기 등을 하며 소녀상 앞 집회 장소를 선점하면서 정의연의 수요시위는 장소를 옮기게 됐다.
그러나 지난달 6일과 이번달 1일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위안부 모욕 시위에 대해 잇따라 "얼빠진 사자 명예훼손", "얼굴은 사람인데 마음은 짐승. 인면수심" 등 비판한 데 이어 '위안부상 철거 시위'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전국 곳곳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내용의 시위를 벌여온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9년 12월부터 진행해 온 300여 차례의 '위안부사기 중단' 및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거리 투쟁을 당분간 중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3일 김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상태다. 김 대표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아동복지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다.
kit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