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은 임금 아냐" 삼전·SK하닉 퇴직자 소송…판결 가른 핵심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12일, 오후 03:01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퇴직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면서,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판단 기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판단을 가른 배경은 ‘명시적인 규정 여부’였다. 아울러 해당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회사에 지급 의무가 있었는지가 핵심이 됐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은 12일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퇴직금을 재산정 해달라며 청구한 사건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가 취업규칙, 단체협약, 노동관행 등에 의해 경영성과급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특히 경영성과급 중 영업이익에 따른 경영성과급은 근로자들의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또는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SK하이닉스는 2007년부터 생산성 격려금(PI)과 이익분배금(PS)이라는 명칭으로 경영성과급을 지급했다. 매년 노사합의로 지급 여부와 기준을 정했고, 2001년과 2009년에는 아예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확립된 노동관행에 의해 회사에 지급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도별 합의는 해당 연도에 한정될 뿐, 회사가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또 영업이익이나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한 이익분배금 역시 근로자 통제 범위를 벗어난 요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급률이 연봉의 0~50%까지 크게 변동한 점도 근로 대가성과 거리가 있다는 판단 근거가 됐다.

반면 최근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소송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 모두 평균 임금으로 볼 수 없단 원심을 깨고, 목표 인센티브는 평균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목표 인센티브’가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취업규칙에 지급기준이 미리 정해져 있고 그 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이 돼 왔으므로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리고 이는 경영성과에 따른 사후분배라기보다 근로 성과의 사후정산에 가까워서 근로 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목표 인센티브가 근로 제공 외 다른 요인들의 영향력을 축소해 근로자들의 근로 질을 높이도록 설계돼 있단 이유에서다. 또 사용자가 전략과제 또는 매출실적 등 구체적인 목표를 부여하고 그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체계로 이를 운영한 것은 근로 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배경이 됐다. 지급률 변동 폭도 연봉의 0~10%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사업부별 영업이익 또는 EVA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성과 인센티브’에 대해선 임금성을 부정했다. EVA의 발생 여부와 규모는 시장 상황, 자본 구조, 경영 판단 등 근로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근로의 양·질에 대응하는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유사한 두 소송의 차이는 △사전에 확정된 산식과 제도화된 지급 구조가 있었는지 △회사에 계속적 지급의무가 인정되는지 △지급기준이 근로자가 통제 가능한 근로성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여부가 됐다. 대법원이 임금인정에는 근로 대가성이 수반돼야 한다는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면서도, 제도 설계와 지급 관행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이에 향후 기업 성과급 체계 설계와 퇴직금 산정 실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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