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국산 전문의약품(제네릭·복제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보건의료계 전부의 살림을 책임지는 시스템 하에서 약품비를 더 줄이고자 하는 정부의 방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생태계가 다시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러한 이해의 마음을 압도한다. 단기적인 재정 절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 의약품 가격을 크게 낮췄던 가까운 일부 동남아 국가들이 2026년 현재 결국 자국 시장의 90% 이상을 타 국가 제약회사들에 빼앗겨 오히려 약값 폭등 현상을 겪는 사례가 남의 일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전자기기, 정보기술(IT) 등 분야와 달리 제약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이 개발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실패 확률 또한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양질의 의약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제약회사에 가장 절실한 환경은 단순히 ‘매출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실패 확률이 높은 제약산업의 고위험 구조를 고려할 때 급격한 약가 인하는 필연적으로 혁신의 동력을 약화시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약가 인하냐 유지냐’의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험난한 신약개발 과정과 그 실패까지도 끌어안아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안전판이다. 과학기술 지원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번 정부도 기업인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의미에서 한국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전문의약품들은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적 투자 기반’이다. R&D 역량을 갖춘 산업 기반이 유지될 때 미래 감염병 대응, 고령 사회 질환 관리, 글로벌 시장 진출, 제약주권 확보라는 네 가지 과제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한미약품은 ‘제약주권 확보’, ‘한국 제약기술의 자부심’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러한 국가적 비전 과제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혁신적인 대사질환 치료 신약의 국산화도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보다 의연하고 담대한 약가 정책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