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에 국가배상 판결…"불합리한 수사로 고통"(종합)

사회

뉴스1,

2026년 2월 13일, 오전 11:01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른 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2023년 6월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공판이 끝난 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23.6.12 © 뉴스1 윤일지 기자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 씨(필명)가 수사기관의 부실한 수사가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손승우 판사는 13일 김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김 씨에게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 씨의 상태를 고려하면 성폭력 정황이 강하게 의심되지만,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했을 것이 분명한 친언니의 진술과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며 "수사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고, 범인이 당시 김 씨에게 가한 성폭력 태양 및 결과가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아 국가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김 씨가 상당한 고통을 겪었으나 반복 탄원으로 항소심에서야 비로소 (성폭력) 범죄가 추가됐고, 불합리한 수사로 (김 씨가) 당한 구체적 태양과 결과가 정확히 규명됐다고 보기 어려워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22일 새벽 30대 남성 이 모 씨가 부산 서면에서 혼자 귀가하던 김 씨를 뒤따라가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발차기로 쓰러뜨리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한 내용이다.

이 씨는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강간 살인미수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형량이 20년으로 높아졌다. 2023년 9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김 씨는 피해자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배제됐고, 성폭력 의심 정황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김 씨를 대리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소송 제기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는 수사 내용을 공유받는 등 수사절차에 참여하지 못했고, 결국 수사기관이 성폭력 의심 정황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검찰은 살인미수로만 가해자를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한주현 민변 변호사는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생업을 포기하고 진실을 밝히려고 애쓰지 않아도 가해자가 응분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국가가 앞장서서 피해자 중심적으로 수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지원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피해자가 목숨 걸고 싸워서 일부 진실을 밝혀내 국가배상이 가능했다"며 "대부분 사건에선 부실 수사가 있다고 해도 입증이 어려워 이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수사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영상통화를 통해 "'살아있는 피해자면 된 거 아니냐'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며 "결국 많은 피해자들이 수사의 미흡함이 있어도 관련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는 점이 계속 반복될 거라는 생각에 소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의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판례를 쓰고 싶어서 소송을 시작했다"며 "앞으로 피해자가 소외당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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