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논의 밀릴수록, 60대 빈곤층 늘어난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14일, 오전 06:01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정년연장 논의가 지연될수록 ‘소득 없는 60대’ 인구를 둘러싼 사회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최소 3년인 소득 공백기가 앞으로 더 길어지면서 빈곤한 고령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다.

1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법정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전 연령(60~62세) 인구 249만 5000명 중 국민연금, 기초연금, 개인연금 등 공·사적 연금을 한 종류도 받지 않는 사람은 187만 6000명(75.2%)에 달한다. 60대 초반 인구 10명 중 7명 이상이 아무런 소득 없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비율은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63세 이후에야 낮아져 63~64세에서 연금 미수급자는 49만 8000명(30.1%)으로 줄어든다.

‘소득 없는 60대’ 인구는 향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연금이 나오기 시작하는 연령이 현행 63세에서 오는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연장되기 때문이다. 약 954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20%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이미 정년에 도달했거나 정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장으로 ‘소득 공백기’마저 길어진다. 정년연장 논의가 지연될수록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령층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노사는 물론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을 둔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도 법정정년과 연금 개시 연령이 일치하지 않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년 연장은 시급한 과제다. 주요국 가운에선 한국이 유일하다. 프랑스 등 정년 제도를 운영 중인 선진국들은 연금 개시 연령을 늦추면 법정정년도 그에 맞춰 연장해왔다.

일본은 법정정년(60세)과 연금 수급 연령(65세)은 맞지 않지만 제도 운영상 연령은 일치시켰다. 2012년 65세까지 근로 희망 근로자 전원을 대상으로 ‘고용 의무화’ 조치를 도입하면서다. 정년퇴직한 근로자가 더 일하기를 원하면 해당 기업은 정년 연장과 폐지, 재고용 등 어떤 방식으로든 65세까지 고용해야 하는 제도다. 2020년엔 70세까지 ‘취업기회 확보 노력’을 의무화하면서 사실상의 정년 효과를 65세에서 70세로 늘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국이 법정정년과 연금 개시 연령을 일치시키는 것은 고령층의 소득 공백기가 노인 빈곤율로 이어지고 사회적 비용을 늘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3월 법정정년 연장(60→65세)을 권고하며 밝힌 주된 이유도 5년 이상 소득 단절에 직면해 개인의 경제적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2025년 내 법정정년 연장 입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최근 여당은 오는 6·3 지방선거 이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노동계는 당정이 노후 빈곤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사회적 과제를 외면했다고 반발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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