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부 '재판소원 도입' 우려 확산…"조선시대 '무한 불복' 재현"

사회

뉴스1,

2026년 2월 15일, 오전 10:50

© 뉴스1 윤일지 기자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데 대해 법원 내 우려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모성준 사법연수원 교수(50·사법연수원 32기)는 전날 법원 내부 게시판(코트넷)에 "헌법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아무런 실익도 없고 국민들에게 고통만 가중하는 '소송 지옥'을 불러올 것이 뻔한 재판소원 입법 논의를 재고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모 교수는 조선시대 재판 제도를 언급하면서 재판소원에 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모 교수는 "당시에는 중앙의 형조·호조·한성부뿐 아니라 각 도의 관찰사, 각 고을 수령이 재판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관할 경계가 모호해 백성들이 이 관청, 저 관청을 돌며 같은 사건을 재판을 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재판의 무한 불복'은 고질적인 사회 문제였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백성들이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문화에 더해 관청 간 자존심 싸움, 상급 기관의 개입이 빈번해지면서 판결이 확정되지 못하고 겉도는 재판 장기화가 심화했다"며 "누구도 헤어 나올 수 없는 '소송 지옥'이었던 조선은 사법 자원의 한계와 불복의 일상화가 결합했을 때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생생히 증거하고 있다"고 적었다.

같은 맥락에서 모 교수는 재판소원 도입 역시 재판 불복 문제를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 교수는 "현재의 재판소원 논의는 겉으로는 국민의 기본권 구제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재판에 승복하지 못하는 당사자들에게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며 "조선시대의 '거듭된 송사'와 '불복'의 역사를 현대적 버전으로 재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 도입의 접근 방향도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모 교수는 "현재 논의는 재판의 설득력과 승복률을 높이는 방안보다는 사법권을 보유한 법원을 외부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통제하겠다는 '권력 구조적 접근'에 치우쳐 있다"면서 제도 도입이 막대한 변호사 비용·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 교수는 "최고 법원의 판결이 또 다른 기관에 의해 뒤집힐 수 있다는 가능성은 국민들에게 '대법원의 재판 또한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며 "이때 사법부의 권위가 무너진 곳에는 정치적 공방과 무한 투쟁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모 교수는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누가 누구를 통제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실심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제대로 풀고 재판을 신속히 끝낼 것인가'이다"라며 "진정한 사법 개혁은 헌법 규정을 우회하는 기이한 심급 구조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사실심에 전폭적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재판의 완결성과 설득력을 높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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