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마니 바드떼요"…시니어들도 AI 연하장 '뚝딱'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16일, 오전 09:31

[이데일리 염정인 기자] 설 연휴를 앞두고 시니어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움직이는 연하장’을 만들어 주고받는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인근 복지관 등에서 AI 활용법을 천천히 익혀 이제는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시니어들한테 더 정겨운 AI…디지털 연하장도 ‘뚝딱’

연하장 문화는 그간 윗세대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손수 적던 방식에서 벗어나 ‘카톡 연하장’ 등 디지털 형식으로 옮겨간 지도 오래다. 그런데 최근 이들 세대가 AI 기술을 일종의 놀이 문화로 받아들이면서 AI 연하장이 등장하게 됐다.

지난달 취업에 성공한 김모(27)씨는 이웃인 70대 어르신으로부터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1분 안팎의 동영상을 문자로 받았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동자승이 나와 어린 아이 음성으로 “힘내세요”라는 말을 건네는 AI 제작 영상이었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은 일할 때만 AI를 활용하는데 어르신들은 이 기술을 더 정겹게 쓰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주영(36)씨도 지난 10일 가족 단체 채팅방에 60대 어머니가 올린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몸이 불편하신 외할머니가 한복을 입고 춤추는 모습을 구현한 AI 영상이다. 박씨는 “문화센터에서 배우셨다는데 나보다 AI를 잘 다루는 것 같아 신기했다”고 말했다.

◇“50대인 며느리가 칭찬했어요”

지난 11일 경남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설맞이 말하는 AI 카드 만들기' 수업이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독자 제공)
실제 이번 연휴를 앞두고 전국 곳곳의 복지관이나 문화센터 등에서는 ‘AI 연하장 만들기’ 수업이 열렸다. 해당 수업에서는 챗GPT나 제미나이뿐만 아니라 그록(Grok)·소라(Sora) 등 여러 앱을 활용하고 있다.

시니어강사로 활동 중인 옥은영(64)씨는 지난 11일 경남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설맞이 말하는 AI 카드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옥씨는 “이 수업은 중급반 정도는 돼야 따라올 수 있다”면서도 “초급반이나 원데이클래스 같은 경우에는 ‘마음을 담아’라는 앱처럼 전문 지식이 없이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앱을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옥씨는 AI 수업에 대한 노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옥씨는 자신의 강의를 들은 한 어르신이 “50대인 며느리에게 내가 만든 AI 영상을 보내주고 칭찬을 들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아흔을 맞은 한 수강생은 귀가 어두워 늘 맨 앞자리에 앉아 입 모양만 보고 수업을 듣는다며, 배움과 흥미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 7시께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AI 모바일 연하장 만들기' 수업에서 40~70대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AI 영상을 갈무리 한 것이다. (사진=독자 제공)
디지털 교육 강사인 유동흔(46) 씨도 지난 12일 ‘AI로 모바일 연하장 만들기’라는 주제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이 수업은 서대문구 평생학습포털에서 개설한 강좌로 총 8회차로 구성돼 있다. 이날은 그중 6회차로 40~70대가 참석했다.

해당 강의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그럴듯한 연하장을 만들어냈다. 각자 미세한 차이는 있었지만 붉은 말과 태양 이미지 그리고 ‘2025 HAPPY NEW YEAR’라는 문구는 모두 들어갔다. 이날 수강생 중 한 명은 “평소 유튜브에서 보고 감동한 영상이 AI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깨달았는데 이제는 나도 직접 만들어낼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씨는 “이번 수업에 대한 반응이 엄청 좋았다”며 “직접 만든 걸 가족·친구 등 지인에게 전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도 전했다.

◇‘스마트폰 필수다’ 답한 70대 14.4%→27.1%

이런 현상은 최근 5년새 ‘스마트폰이 필수매체’라고 인식하는 고령층이 많아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방송매체 이용 행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라고 답한 60대는 2021년 46.6%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59.3%로 12.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시기 70대 이상도 14.4%에 그쳤다가 27.1%로 증가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관 등을 다니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AI 활용을 배우면 치매 예방 등 인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복지시설에서 소외된 노인들은 디지털 격차를 더 크게 실감할 수 있다”며 “관련 강의를 더 많이 개설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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