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진=이데일리DB)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우리 헌법 체제와 규정에 맞지 않아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우리 헌법은 헌법해석 권한을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나눠 부여했다”며 “어느 기관의 재판을 다른 기관이 다시 심사하는 것을 예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유일한 최종 해석기관이라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각자 다른 단계에서 헌법의 최종 해석기관”이라 덧붙였다.
대법원에 따르면 1987년 헌법이 헌법해석 권한을 두 기관에 분립시킨 이유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헌법 문언은 매우 짧고 추상적이다 보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광범위한 해석재량으로 모든 국가작용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다. 이에 권한을 분산해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고자 했다. 결국 재판소원이 도입된다면 헌법해석 권력이 헌법재판소에 집중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태생·제도적으로 정치적인 재판기관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헌법교과서, 주석서에는 헌법재판소가 본질적으로 정치적 재판기관이라고 기술한다. 또 헌법재판관 9명 중 3인은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임명하고 3인은 국회가 선출한다. 그 결과 임명권자를 비롯한 정치적 다수세력의 정치적 성향이 간접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4심제’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대법원은 기존의 3심제에서 심급이 추가되며 법적 불안정이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예컨대, 모든 재산 분쟁에서 ‘헌법상 재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등 많은 패소 당사자들이 추상적인 헌법 규정과 재판소원 사유를 들어 재판소원을 시도할 수 있다.
재판소원이 보충·예외적 권리구제절차로 4급심이 아닌 헌법심이라는 의견은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대법원은 “독일에서도 재판소원은 재판의 모든 단계를 통제하는 4심, 초상고심이라고 비판받고 있다”며 “소송의 장기화, 확정된 재판도 취소될 수 있다는 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가·시장·행정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거래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적 사건이나 국민적 논란이 된 사건이 아니라면 일반 국민에게 재판소원은 사실상 희망고문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독일 내 대법원 재판에 대한 재판소원 인용률이 0%대라는 사례를 들며 각하·기각되는 99% 이상 사건에서 국민은 무용하게 변호사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사건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에는 9명의 재판관과 70여명의 헌법연구관이 있다. 연간 접수되는 사건 수는 약 2500건인데 평균 처리 기간이 2년을 초과한다. 대법원 판결에 한해서만 재판소원을 가능케 해도, 예상 사건 수는 1만5000건 이상이다. 1만 건이 넘는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추가 접수될 경우 헌법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부작용이 예측되지만 도입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대법원은 “재판소원 도입이 개헌사항이라고 할 정도로 사법제도의 근본적 변화임에도 국민이 소외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소송절차를 변경하는 법안이 개정되더라도 소송규칙, 소송예규와 관련 지침 등을 마련하고 전산시스템의 개편까지 재판에 숙달된 법관과 직원들의 상당 기간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며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를 통한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재판소원법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주도로 의결했다. 아울러 대법관 수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날 두 개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민주당 주도 3대 사법개혁안(대법관 증원·재판소원·법왜곡죄)가 본회의 상정만을 남겨두게 됐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2월 임시국회 내 처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