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기본권 보장과 법치주의 강화라는 대의적 명분에 이견은 없지만 심사숙고를 거치지 않은 졸속 추진으론 목표 달성은 커녕 관련 비용 등 국가적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헌법재판소.(사진=연합뉴스)
구체적으로 2020년 전체 헌법소원 5194건 중 재판소원이 4462건으로 85.9%에 이르며 재판소원 인용은 92건(인용률 2.1%)이었다. 2021년에도 4016건(전체 헌법소원의 79.4%), 인용 사건은 59건(인용률 1.5%) △2022년 3862건(82.7%), 51건(1.3%) △2023년 3804건(88.5%), 52건(1.4%) △2024년 3830건(86.3%), 33건(0.9%) 등이었다.
1979년부터 재판소원을 도입한 스페인 헌법재판소 역시 전체 헌법소원의 90%를 훌쩍 넘는 6000건에서 1만건 수준의 재판소원이 접수됐지만 이들의 인용률은 1% 안팎에 그친다. 2020년 접수된 재판소원은 6364건(전체 헌법소원의 97.7%), 인용 건수는 77건(인용률 1.2%)을 비롯해 △2021년 8154건(98.3%), 117건(1.4%) △2022년 8424건(98.8%), 73건(0.9%) △2023년 7973건(98.9%), 63건(0.8%) △2024년 9344건(95.4%), 65건(0.7%) 등이다.
2022년부터 재판소원을 도입한 대만 헌법재판소의 경우 전체 헌법소원 접수 건수 및 인용률만 공개하고 있지만, 재판소원 인용률은 0.5% 수준에 그칠 것이란 게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이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정재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3개국 모두 심판 범위를 헌법적 중요성이 있거나 기본권 구제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며 “많은 양의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사전심사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큰 틀에서 재판소원 제도가 공통적으로 기본권 보장과 헌법 가치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헌법화의 정도가 한 단계 올라갔을 때 증가하는 국가적 한계 이익이,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한계 비용보다 큰 경우에만 정책이 정당화된다”며 “추가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면 헌법화를 촉진하는 정책보다는 예컨대 복지 등 다른 정책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효율성의 논리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는 이상적이더라도 현실과 맞지 않아 도입에 실패한 사례들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소원을 전면적으로 인정함으로써 현재의 헌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건이 폭주하게 되는 문제는 헌법 개정을 통해 독일이나 스페인의 경우처럼 헌재를 2개의 부로 (확대) 구성한 이후에야 해결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헌재와 일반 법원 간 권한범위의 경계를 명확하게 긋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법의 통일성 확보를 위해 헌재와 일반 법원 사이에 합리적인 역할 분담과 유기적 협조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신장시키는 방법,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가기관들이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