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일대의 모습이다. 학원에서 나온 수험생들로 거리 곳곳이 북적이고 있었다. (사진=염정인 기자)
올해 처음 고용노동 직류에 도전하는 양 모(26)씨는 지난해 말 취업 스터디에서 공무원 채용 규모 확대 소식을 듣고 본격적인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다. 양씨는 대학 4년 내내 전공을 살려 광고업계 취업을 준비했지만 막상 ‘취준’ 시기가 닥치자 진로를 튼 것이다. 양씨는 “(광고업계) 주변에서 몸을 갈아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래가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3년 차 공시생 김 모(30)씨는 “요즘 밖(민간기업 취업)이 너무 어렵지 않느냐”며 “붙고 말고는 모두 힘들겠지만 취업 이후를 생각하면 사기업은 너무 불안하다. 설 연휴를 앞두고도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 역시 바뀐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공단기 관계자는 “올해 고용노동직 관련 온라인 수강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 이상 늘었다”며 “이에 따라 올해부터 실강반(오프라인 강의)도 새로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공단기 노량진점이 연 ‘설 대면 특강’에는 지난 11일 기준 1400여명의 수험생이 신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경쟁률도 반등했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평균 경쟁률을 24.3대 1로 9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고 밝혔다. 지방직 7급 경쟁률도 71.5대 1로 전년 대비 상승했다.
◇한 끼 6270원 고시뷔페…“청년들로 문 앞까지 줄 늘어져”
이날 정오 무렵 노량진 일대 식당은 몰려드는 인파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한 고시뷔페에는 지하부터 1층까지 식사하러 온 청년들로 가득 찼다. 한 끼에 7500원이지만 100장을 사면 6270원에 식사를 할 수 있어서다. 어르신 단체가 입장하자 직원은 난처한 듯 “학생들이 몰리는 시간대”라 양해를 구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또 다른 고시뷔페에서는 손님들로 줄이 문 앞까지 늘어졌다. 청년들은 대부분 미리 사 둔 식권을 내고 빠르게 입장했다. 이곳 직원은 “이렇게까지 줄이 생긴 건 올해가 처음”이라며 “최근 주변 가게가 문을 닫은 여파인지 공시생이 많아진 건지 이유는 몰라도 손님이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다.
노량진 일대의 고시뷔페에서는 통상 하루 평균 400여장의 식권이 판매되는데 최근 매출이 좋은 매장의 경우 500~600여장까지 팔리고 있다고 한다. 노량진에서 한식집을 운영 중인 직원도 “연휴를 앞두고는 사람이 별로 없는 시기인데도 점심시간이 꽤 바쁘다”며 “올해 들어 손님이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노량진 일대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3년 1분기 당시 17.7%까지 치솟다가 지난해 4분기 기준 1.7%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서점·문구점 등 “체감 경기 여전히 나빠”…태블릿PC 활용 등 공부 방식 바뀐 탓
김재익(82)씨가 40여년째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운영 중인 문구점의 모습이다. (사진=염정인 기자)
41년째 노량진에서 문구점을 운영 중인 김재익(82) 씨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가 나빠진 뒤 최근까지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며 “제본하는 학생들 덕에 간신히 임대료만 내고 있다. 원래 새해엔 제본하느라 하루가 정신이 없었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서점 주인들도 “전자책을 쓰는 학생들이 늘어서 그런지 장사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노량진 공시촌의 명물로 꼽혔던 컵밥거리 업주들도 여전히 경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2시께 이곳 컵밥거리에는 12곳의 가게만 문을 열고 있었다. 컵밥거리 점주인 70대 곽 모씨는 “노량진 경기가 좋아졌다는데 우리는 작년보다 더 힘들다”며 “노점에는 신규 입점이 안 되니까 썰렁하게 장사를 하는 수밖에 없어서 더 힘들다”고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