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정부가 대형병원 외래 진료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소위 ‘30초 진료’를 개선하기 위해 이르면 연내 진료시간을 15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환자에게 질환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2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시행 중인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수가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층진찰 시범사업은 신청한 상급종합병원에 한해 운영중”이라며 “본사업으로 전환해 대상 기관과 환자군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서울대병원)
심층진찰은 통상 30초에서 길어야 5분 내외로 이뤄지는 일반 외래 진료와 달리 약 15분간 진행된다. 진료 과정에서는 △환자 정보 검토 △문진 및 진찰 △신체검사 △진단 및 질환 설명 △치료계획 안내 △치료 일정 논의 △전산 기록 및 처방 지시 등이 이뤄진다. 의료진은 이러한 절차를 충실히 수행하려면 15분의 진료시간도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심층진찰료는 일반진찰료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환자 1인당 진료 시간이 길어질수록 병원 회전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는 심층진찰에 대해 8만 5720원에서 12만 1450원 수준의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일반진찰료 대비 약 4배 수준이다. 희귀질환자와 암 환자 등 중증질환자는 산정특례(본인부담 의료비 비율을 대폭 낮춰주는 제도)를 적용해 본인부담금이 1만원 수준이며 나머지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한다.
심층진찰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충분한 상담을 통해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불필요한 중복 검사와 진료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암 환자 등은 질환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의료진을 신뢰하지 못해 다른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충분한 설명이 이뤄질 경우 이러한 중복 진료를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의료계도 심층진찰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진단 과정에서 오진 가능성을 줄이고 환자와의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9년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수행한 ‘진찰료 체계 개편을 위한 심층진찰료 도입방안 연구’에서도 일부 의료진은 “심층진찰이 일반진찰보다 감정적 소진이 줄고 의사 개인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심층진찰 확대는 특히 소아부문 진료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는 일부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을 심층상담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해 운영 중이다. 36개월 미만 아동에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15분 이상 진료하는 방식이다. 서울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심층진찰을 시행 중인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환자 진료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참여했다”며 “진행성 질환을 앓는 소아는 성장 과정에서 증상이 변화하기 때문에 충분한 진료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일부 환자에게만 적용되는 심층진찰을 대형병원뿐만 아니라 전 진료과로 넓히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설명을 위해 20분을 쓰는데 진찰료 수준은 똑같은 문제를 개선해 달라고 수년간 요구했지만 개선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며 “충분한 진찰을 했을 때 충분히 보상하는 체계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진료과목에 시간제 진찰료를 도입할지 여부는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