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대비 증거 없앤 임직원들…대법 "증거인멸죄 안 돼"

사회

뉴스1,

2026년 2월 24일, 오후 12:00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위반 조사를 앞두고 증거를 없앤 혐의로 기소된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양벌규정에 따라 해당 임직원들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던 경우라면 증거인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B 씨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7년 말쯤부터 2018년 7월쯤 현대중공업 협력사들은 공정위에 현대중공업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반복적으로 신고했다. 이에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3사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한 직권 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모 협력사 대표이사는 노동청에 현대중공업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A 씨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조선협력사지원팀과 해양플랜트사업부 해양노사협력사지원팀 담당 임원으로 근무했으며 B 씨는 해양플랜트사업부 해양노사협력사지원팀 팀장, C 씨는 조선사업부 조선협력사지원팀 팀장으로 각각 근무했다.

A 씨는 B 씨와 C 씨 등 직원들에게 문제가 되는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고, 이 지시에 따라 B 씨와 C 씨 등 직원들은 실제 문제가 되는 자료를 삭제 조치했다.

이들은 이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하도급법상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과태료 부과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고의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1심은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 행위를 했고, A 씨 등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면서도 "이들에게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은 A 씨와 B 씨에 대한 무죄 판단을 깨고 A 씨에게 징역 1년을, B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2심은 "A 씨 등은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해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거쳐 이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이 사건 행위에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C 씨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서 자기의 이익을 위해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경우 성립한다. 그러나 자신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라면 증거인멸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 중 A 씨와 B 씨 부분을 파기했다. A 씨와 B 씨도 양벌규정에 따라 행위자로서 직접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료를 인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은 "C 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A 씨, B 씨가 양벌규정에 따라 자신도 행위자로서 직접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B 씨에 대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A 씨의 증거인멸교사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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