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로 징역 30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받은 최성우. (서울경찰청 제공)
"우리 엄마 희롱하고 괴롭히잖아요."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최성우(당시 28세)는 우연히 마주친 같은 아파트 70대 이웃 주민 A 씨에게 강한 적개심을 품게 됐다.
A 씨가 어머니의 길을 가로막고 음흉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희롱했고 자신에게는 담배꽁초를 던지거나 침을 뱉는다고 믿으면서다.
최 씨는 사건 이전 모친과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자신의 망상일 수 있다고 의심하기도 했지만, 일면식 없던 A 씨를 위협적 인물로 단정지었다.
그렇게 최 씨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우리 모자를 해치려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A 씨를 2024년 8월 20일 저녁 아파트 단지 옆 산책로에서 다시 마주했다.
해당 산책로는 평소 주민들의 흡연 장소로 이용돼 왔고 당시 최 씨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때 그는 산책로 쪽으로 걸어오는 A 씨의 모습을 발견하고 직접 추궁하기로 결심했다.
최 씨는 흡연 후 귀가하려고 일어선 A 씨의 몸을 발로 차서 바닥에 넘어뜨린 후 평소 자신과 어머니에게 했다는 행동들을 따져 물었다. 그러나 "그런 적 없고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겠다"는 A 씨의 말에 최 씨의 분노가 폭발했다.
최 씨는 체격 차이가 나는 고령의 A 씨를 강하게 폭행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쓰러진 A 씨의 몸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고 얼굴과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린 뒤, 화단 조경석에 내리찍었다.
폭행은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졌다. 심각한 두경부 손상을 입은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최 씨가 품었던 망상은 결국 되돌릴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는 폭행 이후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자수하려 한다. 시비가 붙어 싸움이 났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말했다. 신고를 마친 뒤에도 그는 현장을 벗어나지 않았고, 담배를 피우며 경찰을 기다렸다.
출동한 경찰은 최 씨를 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당시 현장에는 격렬한 폭행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흔적들이 가득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 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그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최 씨는 이웃 주민의 생명을 앗아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최 씨는 자신과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었고, 단순한 착오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폭행이 벌어졌을 뿐이라며 살해하려던 고의까지는 없어 적용 혐의 역시 상해치사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2월 1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태웅)는 고령의 피해자를 상대로 장시간 치명적인 폭행이 이어진 점 등을 들어 최 씨에게 징역 30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최 씨가 범행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 아니며 범행 직후 신고했고 동종 전과가 없다는 것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최 씨와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각각 항소했다. 최 씨 측은 범행 직후 스스로 112에 신고한 점을 들어 자수에 해당한다며 감형을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신고가 자신의 범행을 명확히 밝힌 자수로 보기 어렵고, 설령 자수에 해당하더라도 이미 원심 양형에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최 씨가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살인의 고의 인정과 자수 감경 배제, 양형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sb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