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미신고 옥외집회 처벌조항 헌법불합치…신고의무는 합헌"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26일, 오후 02:33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헌법재판소가 옥외집회 사전신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 예외 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사전신고 의무 자체는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헌재는 26일 미신고 옥외집회 주최자를 처벌하도록 한 집시법 제22조 제2항 중 관련 부분에 대해 재판관 4(헌법불합치):4(위헌):1(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 있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이에 오는 2027년 8월 31일을 시한으로 국회가 해당 조항을 개정할 때까지는 계속 적용된다.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같은 해 9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사건 청구인들은 사전신고 없이 옥외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벌금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관련 집시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처벌조항의 위헌성에 대해서는 재판관 8명이 의견을 같이했지만, 결정 방식에서 갈렸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4명(김상환·김형두·정정미·오영준)은 “각양각색의 옥외집회에 포괄적으로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규제는 입법기술상 불가피하다”면서도 “객관적으로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적고 실제로 평화롭게 진행·종료된 집회까지 예외 없이 처벌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처벌조항의 위헌성은 미신고 집회를 처벌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위험성이 매우 적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조항을 전혀 두지 않는 데 있다”며 구체적인 예외조항 설계는 입법자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4명 중 정형식·정계선 재판관은 “신고의무 이행은 행정상 제재만으로도 충분히 확보 가능함에도 최장 징역 2년 또는 최고 2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죄질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신고조항 자체도 위헌이라는 입장에서 심판대상 조항 전부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합헌 의견을 낸 조한창 재판관은 “신고의무 불이행을 형벌로 의율할지는 입법자의 재량 영역”이라며 “다양한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처벌 예외를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현저히 곤란하므로 처벌조항은 입법재량 내에 있다”고 반박했다.

단순위헌 의견 4인과 헌법불합치 의견 4인을 합산하면 위헌결정에 필요한 심판정족수(6인)를 충족하므로, 헌재는 최종적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이에 처벌조항에 대해 합헌을 선고했던 헌재의 종전 결정은 이번 결정 취지와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됐다.

반면 옥외집회 사전신고 의무를 규정한 집시법 제6조 제1항 본문 중 ‘옥외집회’에 관한 부분은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받았다.

헌재는 2009년 2007헌바22 결정을 비롯해 수차례 신고조항에 대해 합헌으로 판단해 온 선례를 이번에도 유지했다. 헌재는 “신고조항의 옥외집회 신고사항은 질서유지 등 필요한 조치를 위한 중요한 정보”라며 “48시간 전까지 사전신고를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볼 수 없고, 긴급집회의 경우 신고 가능성이 존재하는 즉시 신고하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제3자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개연성이 없는 옥외집회에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할 실질적 필요가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또한 “긴급집회는 성질상 사전신고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형사처벌은 행정규제와 달리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행위의 반가치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 입법기술상 포괄적으로 처벌 대상을 규율하는 경우라도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성이 매우 적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조항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2027년 8월 31일까지 처벌조항을 개정해야 하며, 기한 내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조항은 자동으로 효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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