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의대 3년 새 3.3배…“기초과학서 의대로 이탈 많았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2월 26일, 오후 03:02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영재학교를 졸업한 뒤 의대로 진학한 학생이 3년 새 3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대학 이공계열에 진학한 뒤 중도에 의대로 옮긴 학생도 다수 포함되는데 특히 기초과학에 해당하는 자연계열에서 이탈자가 많았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사진=뉴시스)
한국교육개발원은 이러한 내용의 ‘영재학교 졸업생의 진로 선택 양상과 의미’ 연구 보고서(KEDI Brief)를 26일 공개했다. 이는 정부 수탁연구과제인 ‘과학영재교육 실태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요약 보고서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2017년 영재학교에 입학한 833명 중 2회 이상 조사에 응한 613명의 진로 현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들이 대학에 진학한 시기인 2020년에만 해도 의약계열 진학자는 30명에 그쳤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의약계열 진학자가 늘면서 2023년에는 99명으로 집계됐다. 3년 사이 3.3배나 증가한 것이다.

영재학교 졸업 뒤에 이들이 선택한 전공 중에선 공학계열이 5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연계열 25.1% △의약계열 16.2% △인문·사회계열 4.0% 순이다. 남학생의 경우 공학계열이 58.5%로 절반을 넘었지만, 여학생은 공학계열이 34.7%로 남학생보다 낮았다. 여학생 중 의약계열 선택자도 29.6%나 됐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로 전국에 8곳이 운영 중이며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제외한 7곳이 모두 공립학교다. 과학·수학 분야의 영재 양성이 설립 목적이지만 적지 않은 학생이 의대로 진학하고 있어 2021년 제재 방안을 도입했다. 의약계열 진학 시 재학 중 혜택받은 교육비·장학금을 환수 조치하는 게 골자다.

졸업 후 곧바로 의대에 진학할 경우 제재를 받게 되자 N수라는 우회로를 택하는 학생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영재학교 졸업 후 의학계열에 재학 중인 학생 88명 중 12.5%(11명)는 타 전공에서 의약계열로 전공을 변경한 학생이다.

문제는 이렇게 N수 등을 통해 의약계열로 이탈한 학생 중 대다수가 기초과학에 해당하는 자연계열 출신이란 점이다. 보고서는 자연계열에서 의약계열로 전공을 변경한 비율이 43.9%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미나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자연계열에서 의대로 전공을 변경하는 비율 또한 타 전공계열에 비해 높아 자연계열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방안 모색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기초과학 분야인 자연계열을 선택하고 이 전공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여학생의 의약계열 진학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에 대해서는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과 단절 이후 재취업의 어려움이 이공계 진출을 망설이게 만드는 주된 이유”라며 “현직 여성 연구자·엔지니어를 롤모델로 제시해 주는 진로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도 영재학교 졸업생의 연차별 의약계열 재학 누적 인원 수(자료: 한국교육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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