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2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참석하고 있다. 2026.2.26 © 뉴스1 이호윤 기자
미신고된 옥외집회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사 처벌하도록 한 집시법 조항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2항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서 헌법재판관 4(헌법불합치) 대 4(위헌) 대 1(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집시법 제22조 제2항에서는 신고하지 않고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규정에 대해 오는 2027년 8월 31일까지 개선 입법하도록 명령했다. 개정 시한까지는 계속 적용된다.
다만 옥외집회에 대해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한 집시법 제6조 제1항에 관한 부분은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집시법 제6조 제1항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A 씨는 2016년 12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새누리당사 앞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가 집시법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1심은 A 씨의 집시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2심은 해당 기자회견이 집시법상 사전신고 대상인 옥외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당시 기자회견이 사전신고 대상이 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서 A 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집시법 조항이 명확성 원칙 및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배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하고,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항소기각 판결했다.
그러자 A 씨는 집시법 조항 중 '옥외집회'에 관한 부분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평화롭게 집회가 진행·종료돼 위험성이 매우 적다고 확인된 미신고 옥외집회까지 예외 없이 처벌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김상환·김형두·정정미·오영준 재판관 4인은 "각양각색의 옥외집회에 대해 미리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사전신고 여부를 달리 정하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포괄적으로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행정규제를 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피하다"면서도 "객관적으로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적은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형사처벌은 포괄적인 사전 행정규제와 달리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행위의 반가치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처벌조항은 반가치성이 없는 미신고 옥외집회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외조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지는 입법자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정형식·정계선 재판관은 "처벌조항이 법익침해의 정도가 질적으로 다름에도 미신고 옥외집회 주최자를 집시법상 금지되는 집회의 주최자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에 해당한다"며 단순 위헌 의견을 냈다.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처벌조항뿐 아니라, 신고조항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신고의무 불이행에 대해 예외 없이 형벌로 제재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처벌조항은 행정협력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형사처벌을 택하고, 그 법정형이 과도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한창 재판관은 처벌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기 때문에 합헌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은 "미신고 옥외집회의 주최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금지된 집회의 주최를 처벌하는 목적과 동일하고, 처벌조항은 법정형의 상한만을 정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이 적절한 선고형을 정해 불법과 책임을 일치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옥외집회에 대해 사전신고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해 헌재는 "옥외집회 신고사항은 질서유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정보"라며 "옥외집회가 개최되기 48시간 전까지 사전신고를 하도록 규정한 것은 지나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신고조항 역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은 "사전신고의무의 예외 기준은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현행법상 사전신고 미이행은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이라며 "신고조항은 예외를 설정하지 않은 채 모든 옥외집회에 일률적으로 사전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