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까지 밀어줬건만…"백해룡, 답정너 수사에 사회혼란"

사회

뉴스1,

2026년 2월 26일, 오후 05:54

왼쪽부터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백해룡 경정. © 뉴스1

서울동부지검이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 수사를 종결하면서 최초 의혹 제기자인 백해룡 경정이 확증편향에 빠져 위법하게 수사를 벌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부지검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합수단·채수양 단장)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 실제 수사 결과 실체가 없었음을 설명했다.

초동 수사에서 무너진 팩트체크, '답정너' 수사 불렀다
백 경정은 사건 초기부터 100㎏이 넘는 대량의 마약이 세관 직원의 도움 없이는 국내로 유입될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세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마약 밀수범들의 증언에 기반한 가설이었다.

이에 합수단은 사건이 발생한 2023년 당시 세관의 시스템상 허점과 밀수범들의 진술 오염을 들어 백 경정의 가설을 무너뜨렸다.

먼저 합수단은 "2023년경 세관의 마약 밀수 단속 시스템에는 여러 한계점이 있었다"며 "국제 마약 밀수조직이 그런 빈틈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당초 사건을 맡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밀수 연루 의혹을 받는 세관 직원들의 혐의를 '농림축산검역본부 일제검역에서 마약이 적발될 것을 우려해 밀수범들을 세관 검색대로 이동시켰다'고 특정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일제검역 과정에서 신체 검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합수단은 2023년 당시 농림축산검역본부 근무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일제검역은 승객들의 '소지품'에 대한 검사일 뿐, 신체까지 단속하는 절차는 아니다. 마약을 신체에 부착하고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가린 채 입국하는 밀수범들이 미처 다 걸러지지 않은 배경이다.

합수단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백 경정이 수사지휘서 등 수사서류에 사실과다른 내용을 기재하고 이를 근거로 압수수색 등 위법하게 수사를 진행했다고 봤다.

합수단은 "백해룡 경정은 수사 초동단계에서 명백히 확인된 반대증거들을 배척하고, 세관 직원이 연루됐다는 정해진 결론대로 수사를 진행했다"며 "이런 방식의 수사는 검찰 특수 사건에서 종종 비판받는 증거 조작, 정해진 결론에 반하는 소위 '답정너' 방식의 위법한 수사다"

이에 백 경정은 뉴스1에 "공항 입국장은 안보 구역으로, 형사소송법상 신체검사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위해 물건을 찾아내기 위해 엑스레이 이온스캐너, 문형 탐지기, 촉수 검사 등 뭐든 할 수 있다"고 재반박했다. 하지만 당시 이 같은 검사들이 모든 승객의 신체에 대해 이뤄졌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 '사회 혼란'으로
백 경정은 "마약 운반책 중 그 누구도 검역 구역으로 진입하지 않고 세관 구역으로 빠져나왔다고 하는데 왜 없는 사실을 만들어 소설을 쓰는 것인가"라고도 했는데, 이는 여전히 그가 밀수범들의 진술을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합수단은 밀수범들의 진술에 대해 "실황조사 과정에서 있었던 수사기관의 방관과 개입 등에 기초한 진술이어서 신빙성은 물론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백 경정과 영등포서는 실황조사 당시 말레이시아인 밀수범 2명을 조사하면서 정작 말레이시아 통역은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밀수범 중 한 명이 중국어가 가능했기 때문에 의사소통 자체는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합수단이 실황조사 영상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밀수범들은 모국어로 "그냥 연기해", "솔직하게 말하지 말라고"라는 등 허위 진술을 담합하고 종용하는 장면이 다수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밀수범 중 한 명이 이동 경로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대 방향으로 나갔다고 진술했음에도 경찰이 "그렇게 진술하면 의미가 없다"며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의 개입 이후 이 밀수범은 진술을 번복해 세관 검색대로 나갔다고 했다.

합수단은 백 경정이 "당시 촬영된 영상은 모두 첨부하지 않고, 수사보고서에는 간략하게 이들이 범죄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과 거동을 한 것으로만 기재했다"고 꼬집었다.

백 경정은 합수단이 마약 밀수범들을 서울동부구치소에 모아 기존 경찰 진술을 번복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 합수단은 "합수단 출범 전에 본건을 수사한 영등포서와 국가수사본부 모두 밀수범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며 "초동 단계 진술이 심각하게 오염된 이상, 독수독과 이론에 따라 이후 진술된 내용의 신빙성과 증거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백 경정은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을 수사 외압을 넘어 대통령실까지 엮인 '권력 카르텔'로 띄웠다. 그 결과 대통령이 나서 족집게 파견을 지시하고 검·경 인력 수십명이 실체 없는 사건에 투입되는 결과를 낳았다.

합수단은 해당 의혹으로 입건된 피의자 15명을 혐의없음 처분하고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 범죄단체 조직원 6명과 한국인 유통책 2명을 범죄단체 활동 및 특가법위반(향정)죄로 기소하며 사건을 종결했다.

합수단은 "영등포서 마약 수사로 여론이 환기돼 상당한 제도개선을 이끌어낸 것은 사실이나, 수사 종사자가 수사원칙을 위반해 확증편향에 빠져 마약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에 의존한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급기야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사안"이라고 결론지었다.

합동수사팀 신설로 시작된 수사가 수사단으로 확대돼 마침표를 찍기까지 걸린 기간은 8개월이다.

서울경찰청 감찰수사계는 지난 1월 동부지검으로부터 백 경정의 위법 수사 등에 대한 징계 혐의를 통보받아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월 14일 파견이 종료된 백 경정은 화곡지구대 대장으로 복귀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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